‘3·8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것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봄이 오는 날, 3월 8일에는 세계 곳곳에서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펼쳐오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한국여성대회를 비롯해서 지역 여성들이 자신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열망을 표출하고 연대를 공고히 하는 행동과 축제의 날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여자들 살기 참 좋아졌지∼” 라는 택시기사의 이야기를 가끔 들을 수 있다.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 한국여성운동 20년을 맞는 오늘의 성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월 18일, 이명박 정부의 여성정책 1년에 대한 평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결과는 한마디로 ‘낙제 점수’였다. 분야별 평가위원들은 현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해 ‘성평등 정책의 실종’, ‘여성인권의식과 젠더 거버넌스 부재’, ‘가족-보육정책의 후퇴’, ‘구호뿐인 여성일자리 창출’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고 한다. 이는 어쩌면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여성부 폐지를 거론했을 때 예견된 것으로 우리 사회의 성평등과 여성인권 의식은 역주행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극심한 빈부격차와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 남성과 여성간의 차별이 우리 일상에 만연해진다. 바로 정치가 국민을 보호해 주지 않는 불안한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의 고통과 불안은 심각하고, 여성들의 처지는 더욱 나빠지기 마련인 것이다. 최근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얼마 전 결혼이민여성이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은 15여 년 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의 기폭제가 되었던 폭력남편 살해사건들을 그대로 재현한 듯하다. 이러한 사건들은 지난 10여 년의 여성폭력방지 운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여성인권의식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하늘 아래 여성과 남성이 다를 수 없다’는 101년 전 루스거트 광장에 울려 퍼졌던 선언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유효하다. 그러하기에 바로 당신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며, 또한 다시금 이 길고 지루한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지치지 않는 즐거운 여성축제는 계속될 것이다. 바로 당신과 함께‥.
태리명희┃전북여성단체연합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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