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 조사 결과 최하위 112개 학교
장애학생들이 대학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으려면 ‘이동 및 접근권’과 ‘학습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동 및 접근권이란 걷기가 어렵거나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 등으로 이동에 곤란을 겪는 학생들이 캠퍼스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특정 건물이나 강의실, 동아리방, 식당 등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에 불편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학습권이란 강의는 물론 과제 준비 및 제출, 평가 등 일체의 교육활동에서 다른 학생들과 동등한 기회,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이다. 즉, 장애로 인해 강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발표기회를 놓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일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사립학교가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 대학들은 경제적 이유로 대부분 경사진 언덕에 캠퍼스를 조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4∼5층 이하의 낮은 건물들에는 엘리베이터 등 별도의 층간 이동 시설을 갖추지 않아 장애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을 힘들게 하고 있다. 또 1995년부터 정원 외 특별전형제도로 급속히 늘어난 시청각장애학생이나 중증의 신체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교육지원이 따르지 않아 학생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을 시작으로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이 장애인의 이동 및 접근권과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 모든 대학들이 형편에 맞는 장애학생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학생들의 교육활동과 복지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대부분의 유럽 대학들과 일본 대학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전문대학으로는 한국재활복지대학이 유일하게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이 대학에서는 전문 수화통역사와 속기사가 교수의 강의 내용을 직접 통역해 주며,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점역자료나 확대자료, 음성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중증의 장애학생들은 지정된 동료학생으로부터 대필 등의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평가에 있어서도 시간 연장 등 장애로 인한 불리(不利)를 최소화하는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장애학생 교육환경은 아직도 열악함 그 자체다. 하지만 갈수록 대학의 장애학생들은 자기 권리에 대한 자각을 높여가고 있고, 이러한 권리를 정당화하는 법률적 근거들도 선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교육차별에 대한 시정 요구도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대학 당국과 국가의 과감한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에 비해 장애인 복지에 인색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말에는 국가의 경제 여건이 아니라 정책입안자들의 의식과 그에 따른 결정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정부의 발표에서 ‘개선 요망’ 평가를 받은 절반이 넘는 대학들이 하루 속히 ‘최우수’ 대학으로 진입하도록 국가 차원의 장애학생 지원 가이드라인 제시와 그 수준 달성을 가능케 하는 대학과 정부의 다양한 아이디어 개발과 지원이 따르길 바란다.
김주영┃한국재활복지대학 교수
전북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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