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의 욕망, 미래로 부화하다
미래학, 선진국의 교육과정으로 도입
벨의 후기산업사회도 미래학의 맥락
본질 꿰뚫는 지혜 있어 유용성 확보

'미래학'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 뜬구름 잡기에 불과했던 예언이라는 평가와는 달리 요즘은 미래학이 학문의 반열에 당당히 그 이름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미래학은 곧 실현되거나 후세들이 경험하게 될 미래의 모습을 풀어내고 있다. 현재 우리 삶의 양태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미래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이 미래학의 핵심이다. 3회에 걸쳐 미래학의 개념과 학문적 가치, 사회 각 분야의 미래 예측을 짚어보고, 현재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엮은이 밝힘>

예측능력은 미래의
다양성 확보로 이어진다


미래학은 한마디로 미래를 예측(豫測)하는 학문이다. 과거에는 예언(豫言)만이 존재하였다. 미래학은 예언이 예측으로 바뀌면서 태동하였다. 예언은 뛰어난 예지력을 가진 사람이 결정론적 미래시각에서 미래 어느 시점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던지는 말이다. 따라서 대안을 제시할 수 없고, 인간의 숙명적 책임만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려는 노력이 유발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래는 철저한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예측은 '예측연구(Future Study)'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능성 중심 미래시각을 가지고 일정한 예측방법을 적용하여 발생 가능한 다양한 미래를 밝혀 제시하는 일이다. 제시된 미래에는 긍정적 미래가 있고, 부정적 미래가 있다. 따라서 인간으로 하여금 부정적 미래는 피하고 긍정적 미래는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게 해준다. 특히 팀이나 조직에게는 각자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미래(선택적 미래)를 제시하여, 팀이나 조직은 각자의 선택적 미래를 성취하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선택과 집중)을 기울여 밝은 미래를 개척하게 된다. 팀원 모두의 예측을 통합하면 그만큼 다양한 미래가 제시되어(선택적 미래의 다양성 풍요) 팀의 기회가 많아진다. 따라서 팀원 모두는 반드시 예측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래학은 경제학과 함께 현대인의 필수교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래학의 토대가 된
예측 방법론의 등장


이와 같이 미래학은 예측방법이 적용되며 출현하였다. 이 점에서 미래학의 발전과정은 예측방법의 발전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미래학의 발전과정을 요약한다(김길룡, 『지식근로 수련』, 2006).


첫째, 1907년에 길피란(Corum Gilfillan)은 예측방법론을 개척하기 시작하였다.

둘째, 독일 나치즘의 학정에 못 이겨 미국에 망명한 독일의 프레히트하임(Ossip K. Flechtheim)은 1944년에 미래에 대한 과학적 연구와 관련한 '미래학(Futurology)'이란 개념을 정립하였다. 그는 미래학을 학제간 공동연구를 수반하는 예측연구의 개념으로 정립하였다. 이 시기에 랜드재단(Rand Corporation)은 최초로 미래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셋째, 1960대에 접어들어 세계미래학회가 창립되고(World Future Society, 1966) 다양한 미래연구소가 설립되었다. 이를 중심으로 예측방법론이 정립됨에 따라 미래학은 하나의 학문영역으로 정착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칸(Herman Kahn)을 중심으로 한 예측방법론의 정립은 미래학이 하나의 학문으로서 위상을 확립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때 설립된 주요 미래연구소로 허드슨연구소(Hudson Institute, 1961), 스탠포드 사회정책연구소(Stanford Research Institute's for the Study of Social Policy, 1967), 미래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 1968) 등을 들 수 있다.


넷째, 1970년대에 선진국의 각급 학교에서는 미래학을 교육과정에 도입하면서 미래학은 그 저변이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미래사회의 특징을 규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미래연구 활동의 기반이 되었다.

다섯째, 198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예측한 미래사회의 특징들이 부각되면서 미래학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확고한 기반을 내리게 되었다. 특히 벨(Daniel Bell)은 1980년대 말경에 후기산업사회가 도래할 것을 예측하였다(Bell, 1973). 벨의 예측대로 1980년대 말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후기 산업사회의 도래는 미래학의 공신력을 크게 높였다.


여섯째, 1980년대 말부터 이루어진 미래연구는 후기산업사회로의 전이단계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므로, 21세기를 위한 이론과 가설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어 21세기를 개척하는 지침으로 작용하였다.

일곱째, 1990년대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은 예측방법론을 더욱 정련화하여, 미래학의 영역을 한층 확대하고 세분화하여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지구촌 사회가 형성되면서 글로벌화 관련문제가 심도 있게 다루어졌다.

 

상상·과학적 접근으로 예측‥
현재의 유용성에 가치

이와 같은 미래학은 다양한 학문분야로부터 연구주제, 연구영역, 연구방법을 채택하는 간학문적(interdisciplinary) 학문으로 사회과학의 범주에 속한다. 미래학의 학문적 성격을 간략히 살펴본다.


미래를 연구하는 방법은 연구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연구자들은 유토피아 및 반 유토피아의 창안이나 공상과학소설과 같은 창조문학적 접근으로부터 고도의 과학기술적 접근에 이르기까지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독창적으로 미래를 탐구한다. 미래를 연구하는 사람은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기도 하고, 과학적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연구자는 각자의 관점, 필요, 성향에 따라 독창적으로 미래를 탐구하고 설계한다. 따라서 미래학은 과학적 요소, 관념적 요소, 공상적 요소, 심지어는 신비성을 모두 포함하여, 예술적 요소와 과학적 요소가 함께 공존하는 독특한 학문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미래학은 시간에 밀접히 연계된 학문이다. 미래는 과거, 현재와 함께 시간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개념이다. 시간은 하나의 존재영역이며, 공간, 맥락, 관찰자와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연속체이다. 시간은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나간다. 이에 따라 현재로부터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투사함으로써 인간이 이미 경험한 역사적 사건들을 찾아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로부터 시간을 앞으로 전진시켜 미래로 투사함으로써 발생 가능한 미래의 사건들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미래의 역사가 존재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미래학은 앞으로 인간이 경험하게 될 미래의 역사가 어떤 시간과 어떤 공간 속에서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를 탐색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는 하나이지만 많은 역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같이, 미래는 하나이지만 많은 미래역사들로 구성된다. 또한 과거역사의 구성은 이미 존속되어 온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는 동시에 역사가들의 통찰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처럼, 미래역사 구성에는 과거역사에 대한 깊은 고찰, 정확한 현재분석,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 명확한 시간흐름 개념 등이 요구된다.


이러한 미래학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가치는 유용성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정확성이나 실현가능성이 낮아도 유용성이 잘 내포되어 있으면 미래를 개척하는 중요한 지침이 된다. 공상과학소설은 실현가능성이 적어 보이지만, 미래의 비전이 잘 내포되어 있고 미래의 본질적 요소들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미래를 개척하는 시사점, 즉 방향, 아이디어, 노하우, 내용 등을 제공해준다. 따라서 실현가능성이 적어 보이는 예측도 잠재적 유용성이 있는 것이다.

김길용┃한국미래학연구원 부원장·한성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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