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보도 지킴이 김남수 씨

학교 앞 지하보도를 걷는 5초 동안은 맛있는 냄새에 사로잡혀 학업이며 취업 스트레스를 잠시 잊어버린다. 이곳에서 12년 동안 부인과 함께 맛있는 오징어, 계란빵, 와플을 파는 김남수(효자동·53) 씨를 만났다.
12년 전 김씨는 시청의 단속을 피해 지하보도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노점에서 파는 먹을거리로는 붕어빵과 어묵이 전부였던 시절, 김씨는 오징어, 와플, 계란빵 등을 팔아 노점상 메뉴의 다양화를 꾀한 장본인이다. “남들과 똑같은 것은 안 한다는 신조로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요즘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빅와플도 우리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고 웃어 보인다. 그는 또 대전에서부터 김씨의 계란빵이 먹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며 맛 자랑을 늘어놓는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 그의 자부심이 엿보인다.
아무리 오랫동안 장사를 했던 그라도 양심이 없거나, 개념이 없는 사람들을 대할 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떨어뜨린 지갑을 많이 주어주는데 지갑을 찾아줘도 진짜 고마워하는 사람은 10명 중 2명 정도”라며 씁쓸해 한다. 또 치안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요즘 지하보도에서 새벽 1시까지 장사하는 김씨는 자연스레 자율방범대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는 “늦은 시간에 학생들이 지하보도를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 고맙다고 인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흐뭇해했다.
매일 지하보도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장사를 하는 김씨를 궁금해하는 학생들이 많겠지만 이미 그는 우리지역에서 유명인사다. 김씨가 유명한 이유는 12년 동안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해온 것도 그렇지만, 지역발전을 위해 남몰래 선행을 베풀어 온 것 때문이기도 하다. 김씨는 지난 5년부터 매달 복지단체인 사랑의 오아시스에 수익금의 3%를 기부하고 있다. 기부를 시작하기 전에도 전주 민원실에 재래시장발전방안, 전주지도, 버스승강장 운영방향 등을 건의해 왔다. 또 올해 깨끗하게 바뀐 천장과 표지판 등 확 바뀐 지하보도는 김씨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여기에 지난 8일에는 칭찬운동본부에 참여해 앞으로 우리지역에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계획이다.
‘천적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그. 실제로 노점상의 천적(?)인 시청직원들을 지역에 대한 관심으로 단골로 만들었고, 지역에서 주는 상까지 받았다. 이미 이룬 목표지만 그가 구워주는 맛있는 와플로 비양심, 무개념의 사회가 조금씩 달콤하고 따뜻하게 변해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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