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기구로 전환…독립성 의심
방통위 설치법 무시한 대표·조직 구성
방송 상품화, 방송사와 정경유착 만들어

출발은 지난해 12월 26일 MBC를 비롯한 SBS, YTN 등 지상파 언론노조의 파업으로 프로그램이 재방송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뒤를 이어 정부에 대한 비판 뉴스는 사라지고 홍보성 기사가 주를 이루며 촛불 집회에 참여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삭제된 후 방송에 나갔다. 그리고 연이어지는 방송사 사장 교체, 프로그램 존폐, 앵커 교체 등에 이르기까지 언론계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모든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출범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라는 것이다.


방통위는 1981년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목적으로 신설된 방송 규제 기구였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통합해 대통령 직속 독립제 합의 기구로 지난해 2월 29일 설립됐다. 이후 방통위는 같은 해 3월 26일 최시중 씨가 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정식으로 출범했다. 이렇게 출범한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 관련 진흥과 규제 정책을 총괄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쥐게 됐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 방통위 위원장으로 선임되고 대통령 직속 기구가 돼버린 지금, 언론장악 의도라는 비난 앞에 결코 자유로울 수만은 없게 됐다.


방통위의 법적 지위는 대통령 직속의 독립제 합의기구이다. 이는 국회 국정 감사를 제외하면 어떤 행정기구도 방통위를 직접적으로 감시하거나 통제하지 못해 방송계 전체를 뒤흔들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또한 방통위 설치법 13조 4항에 따르면 ‘위원회의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스스로 회의 공개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회의 내용을 비공개를 전환했다.


이러한 구조에서 당연히 방통위의 대표는 중차대한 자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선거 캠프의 언론 특보로 현 정부의 언론기조와 그 뜻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최 위원장은 “언론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 공정성을 저해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되겠다”며 방통위를 운영할 때 독립성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그저 말뿐임이 하나 둘 증명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방통위 설치법에서 제시한 ‘위원장과 위원의 자격으로 15년 이상의 전문 경력을 갖춰야한다’는 내용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최 위원장은 동아일보 시절의 신문기자와 여론조사기관 경력을 내세우고 있지만, 방통위 설립법에서 제시하는 전문경력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류성우 정책실장은 “방통위 출범 1년이 지났지만, 지난 방송위원회가 보여줬던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고려와 검토가 없어졌다”며 “최 위원장이 거의 모든 안건을 제안하고 처리하는 1인 중심의 독임 기구가 되어 버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방통위의 조직 구조상의 문제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방통위는 5명의 방송통신 위원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인은 여당이 1인, 야당이 2인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만일 정치적으로 민감해 합의가 되지 않은 문제일 경우, 표결 처리에 붙인다면 당연히 정부와 여당의 뜻이 관철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통위 구조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방송을 산업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케이블방송 규제완화 정책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방통위와 방송사간의 정경유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달 24일 케이블방송 티브로드가 기업을 합병, 인수하는 과정에서 방통위 직원을 접대한 것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신문과 방송 겸영의 규제완화 및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모두 방송을 산업의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등장한 정책이다. 방통위는 이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 창출 및 세계적인 미디어그룹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예를 보면 방통위의 이러한 정책은 잘못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언론의 소유제한 규제를 완화한 이후 거대 미디어 그룹이 미국 언론시장의 약 90%를 장악하면서 언론계 종사자 수는 감소했다. 또 아나운서와 기자의 경우 1999년 4만5천10명과 1만7천530명에서 2003년에는 3만8천990명, 1만6천350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중형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미디어 제너럴의 경우, 경영의 효율화라는 미명 하에 전체 인원의 11%에 달하는 750명을 작년에 해고했다.


언론은 우리 사회에 무시할 수 없는 대단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류 정책실장은 “최 위원장이 방송을 집권세력에 우호적인 매체로 만들어 장기 집권의 발판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현재 방통위는 언론을 누구나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미디어관련법 개정으로 청년일자리가 창출되고 여론 다양성이 보장된다는 방통위와 한나라당의 말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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