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1주년…광우병 쇠고기 발단
미완의 저항…진취적 행동 자체로 의미

정태석 교수

지난해 5월 2일을 시작으로 전국을 붉게 물들인 촛불의 행렬을 기억하는가.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아이돌 그룹을 쫓아다니던 10대 팬들과 유모차·예비군 부대 등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서울 시청 앞 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모여 촛불집회를 연 지 1년이 흘렀다.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이나 부위에 제한 없이 수입한다는 내용의 협상이 타결되자 전국 곳곳에서는 촛불 집회가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미국과 추가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고,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는 당분간 수입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이끌어냈다. 촛불집회의 발단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였지만, 곧 한·미 FTA, 대운하, 의료·공기업 민영화를 넘어 이명박 정부 퇴진으로 번졌고, 촛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지난해 국민들이 두 손 모아 든 촛불문화는 인적·물적 자원의 낭비라는 보수집단의 폄하 속에서도 새로운 시위문화의 확립이라는 점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 1980년대의 시위문화는 노동자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이 화염병과 벽돌 등으로 과격하게 저항의지를 표출하곤 했다. 이와 비교할 때, 지난 1년 간 일어났던 촛불집회는 가족, 친구, 동호회와 함께 촛불을 들어 민주적인 시민의식의 성장을 보여줬다. 정태석(사범대·사회교육) 교수는 “광우병 쇠고기라는 개인적인 불안에서 출발한 촛불집회가 공적인 문제로 연결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나눠야 할 것이 있음을 알게 한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또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목격하면서 그것이 민심인 줄 알면서도, 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식으로 일관해 왔다”며 ‘소통’이라는 단어를 잊은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1년 간 활활 타올랐던 촛불들은 희미해져 가고 있고, 국민들은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무기력감도 경험하고 있다. 전 국민의 저항이 있었던 촛불집회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결국 이뤄졌고, 한·미 FTA, 4대강 살리기라고 이름만 바꾼 대운하 사업까지 국민들의 바람과 국정운영 방식은 여전히 그 간극이 넓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교수는 “중요한 점은 끊임없이 꿈을 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의 꿈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꿈을 잃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그는 “정부는 촛불집회가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조직적인 의사표현임을 인지해야한다”며 “지금이라도 국민들과의 공동 노력을 통해 공공선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촛불집회를 “목표를 완벽히 이루지는 못했지만 국민들의 주권 의식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겉으로 표출한 의미 있는 행동이었다”며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꿈을 꾸고 행동했던 진취적인 국민들의 등장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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