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실시된 재보궐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정치권에 많은 상징적 주문을 하였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독선과 독주의 중단을 주문하였다. 0대5 완패의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에게는 단결을 통해 대안정당으로 새로워지기를 기대하는 바람을 보여주었다. 울산북구의 선거결과이다. 청와대 정치의 종언을 고하라는 강한 메시지는 경주의 선거결과가 나타내주고 있다. 민주당에게는 전국정당으로서 실낱같은 희망을 주는 것과 동시에 텃밭에서는 오만함을 버릴 것을 강력히 주문하였다. 인천부평을에서의 승리와 전주 완산갑과 덕진의 무소속 후보의 당선 결과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중간평가적 의미를 갖는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분명 이명박 정부의 민생외면,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그대로 표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산술적으로 보면 지역구 243석 중 5석이 갖는 의미가 별로 크지 않다고 하겠지만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과 청와대에게는 정국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2001년 10·25 재보궐선거 투표율 41.9% 이후 가장 높은 국민참여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강한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는 평가에 대체로 공감하는 편이다. 공교롭게도 2008년 전국을 수놓은 촛불의 1주년이 되는 시점에서 다시금 국민들이 희망의 불씨를 당겨 촛불을 되살리는 느낌을 갖게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관심을 돌려보자.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 민주당 텃밭, 공천이 바로 당선이라는 전북 전주에서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물론 당선되면 곧바로 복당하겠다고 했으니 진짜 무소속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정읍과 완산갑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에 반발한 무소속 당선이 예고한 것이었다. 민주당의 고무줄 같은 공천기준과 왜곡된 여론조사를 빙자한 현역의원 물갈이가 대표적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상향식 공천을 포기하고 전략공천으로 2곳을 선정하였고 국민참여 경선도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선택하였고, 후보결정을 후보등록 3일전에야 확정하는 오만함을 보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도덕성과 지역대표성을 후보의 기준으로 삼았던 지역 유권자의 바람을 무시한 결과에 대해 전주시민은 단호하게 ‘민주당은 안돼’를 외쳤고, 민주당 후보의 낙선이라는 결과를 주었다. 인천 부평을 승리로 체면치레와 동시에 안방에서 2석을 잃는 수모를 동시를 안게 되었고, 이후 전개될 당 내분을 수습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되었다.


한편 지역 유권자가 선택한 결과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전주 재선거에서 드러난 후진적 정치행태를 유권자 스스로가 인정했다는 점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소속정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해당행위’를 거침없이 전개하고 무소속연합를 추진하면서 ‘춤바람 선거’를 자행한 것은 당선의 명예와 더불어 불명예를 안고 가는 것이다. 전북도민일보와 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서 주관한 MBC 외 다른 언론사 초청토론회에서 정동영 후보의 자리는 항상 빈자리였다. 정동영 당선자의 오만함은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언론사 초청토론회에 불참하면서 비판과 검증을 피해가는 결코 큰 정치인의 모습과는 다른 옹졸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군소 후보들은 어떠한가?


민주당 공천장을 받기 위해 수개월을 노력하고 경선까지 참여한 후보들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와 뜬금 없이 출마한 후보를 지지하며 하루아침에 말과 행동을 바꾼 정치인들의 한심한 작태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메뚜기 정치인,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났다가 공천이 안되면 사라지는 선거철새 정치인, 지역과는 무관하게 생활한 사람이 여기가 고향이라고 찾아오는 정치인들이 난무했던 이번 재선거에서 유권자는 또다시 조롱당하고 기만당했던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무시하고 유권자를 기만하며 조롱하는 정치인과 정당에게 전주시민은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염경형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실장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