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관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의
(반)아직 끝나지 않은 군사문화

관점 : 선후배간의 위계질서


(찬)관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의

대학교에 올라오면 대부분 학생들은 처음으로 선배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고 선후배의 관계, 즉 위계질서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 위계질서라는 것이 과거에는 선배가 후배에게 행하는 강압적인 복종 요구와 동일시되고는 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악습이 사라지고 있듯, 이제 대학에도 위계질서란 단어의 의미가 선후배간 최소한의 예의라는 의미로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신입생들은 위계질서에 대해 불편해하는 것 같다. 처음 겪는 선배와의 관계가 청소년 때와 다르기 때문에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배들이 바라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이지 강압적인 위계질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대학은 많은 지식을 배우기도 하지만,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 사이에서 많은 관계들을 형성 할 수 있으며, 사회에 대해서 배워나가는 곳이다. 그 관계 속에서 연장자에 대한 존중과 기본적인 예의는 서로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디서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낯설기 마련이며, 연장자에 대해서는 예의가 필요하다. 처음 만나는 선후배 사이가 낯설기는 마찬가지지만, 한 살 이상의 나이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후배가 선배를 존중해야 하고 예의를 차려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선배들도 선배답지 않은 행동을 보이면서 후배들에게 선배 대접을 받고 싶은 것이 아니다. 또한 선배들도 후배들과 어울리고 싶고 함께 끈끈한 정으로 엮이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 후배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원하는 것일 뿐이다.

내가 전역한 부대에는 이런 말이 있다. “후임들아, 선임들 욕하지 마라. 네가 걸어갈 길이다. 선임들아, 후임들 욕하지 마라. 네가 걸어온 길이다”
양지훈(문헌정보·04)

(반)아직 끝나지 않은 군사문화

어느 조직에나 질서라는 게 있다. 대한민국의 대학교도 선후배간의 질서가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위계질서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마치 상명하복의 군대를 연상시킬 정도이다. 선배학번들이 후배학번들한테 OT나 MT에서 지나치게 기합을 준다던가, 언어폭력을 일삼는 모습은 예의를 위한다고 보기에는 도가 지나치다.

지난 2007년에는 모 학과 OT에서 남자 신입생들이 팬티차림으로 서문에서 얼차려를 받아 온 국민이 경악하는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한번 잡힌 위계질서 때문인지 선후배 사이는 지나치게 수직적이고, 호칭도 굉장히 딱딱하다.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우리나라 같이 선후배 사이가 엄격하지는 않다.

이런 엄격한 위계질서는 일제시대 36년 간의 일본군사문화와 군부독재시절의 군사문화가 절묘하게 섞이면서 기형적인 형태로 대한민국 대학에까지 전파된 것이다. 군대에서는 상명하복의 절대적인 위계질서가 제대로 갖추어져야만 군대조직이 무너지지 않고 잘 굴러간다. 알게 모르게 대학교와 군대가 혼동되면서 선후배 사이의 질서가 위계질서로 변형되어 유지되고 있다. 대학교는 군대가 아니다. 대학교는 지성인들이 공부하고 꿈을 키우는 곳이다. 군대에서는 위계질서가 필요할지 몰라도 대학교에서는 위계질서보다는 서로간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군대란 틀에 얽매여 있을 때 잘 돌아가는 조직이지만, 자율적인 상황에서 더욱 더 잘 돌아가는 게 대학이다. 건전한 대학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는 빨리 사라지고 자율적이고 서로를 배려하는 건강한 선후배 사이의 관계가 하루빨리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진(과학·04)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