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새, 우리학교 1만 명 이상 학자금 대출
7% 금리‥휴학생 양산→대학 사회의 불안요소
물가상승률 2~3배 넘는 등록금, 인하만이 대안

우리사회 전반이나 심지어 학내 구성원들까지도 학자금 대출 문제는 '남의 일'이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 문제는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부담이자 고통이다. 여기에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기엔 이미 학자금 대출은 일반적인 현상이 됐고, 여기에서 오는 파장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대학사회 전반의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마지막 연재는 학자금 대출로 인해 고통 받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대학 사회, 아울러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다. <엮은이 밝힘>

교육과학기술부의 '대학소재지별 학자금연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 시작된 지난 2005년 2학기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의 학자금 대출금은 총 6조 4천 111억 9천 200만원으로 나타났다. 2년 반 사이에 우리학교는 1만 748건의 대출 건수가 있었으며, 총 234억 5천 900만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50건이 연체된 것으로 드러나 학자금 대출로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님을 짐작케 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이 신용불량자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그 우려가 깊다.

#1. 우리학교에 다니는 A씨는 다른 동기보다 2년 늦게 대학에 입학했다. 그가 재수에 이어 삼수까지 거치며 대학에 입학한 이유는 성적 때문이 아니다. 친구들과 같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치러 당당히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았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그 당시를 회상하던 A씨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줄 알았다"며 "대학 입학을 포기할 때의 기분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A씨는 늦깎이 대학생이 되기도 전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학업에만 열중하고 다시 수능을 준비하고 싶었지만, 집안사정이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A씨에게 대학을 가지 못한 지난 2년은 고난과 참담함의 나날이었다.
어렵게 다시 대학에 합격한 그는 반드시 자신이 마련한 돈으로 등록금을 납부하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자취를 하는 A씨에게 생활비에 등록금까지 충당하기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학자금 대출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A씨는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하루아침에 빚쟁이가 된 기분이었다"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이 등록금 해결사가 아닌, 독이 든 사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는 "이자를 갚기 위해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연체를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있지만, 이것을 감당하지 못할까 늘 불안하고, 언젠가는 휴학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2. 형제가 많다면, 학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아 가정 경제를 위협한다. 대학생 오빠와 고등학생 동생이 있는 B씨 역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는 "먼저 오빠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 주셨다"며 "하지만 내가 대학에 입학하니 가계 부담이 커져 학자금 대출을 알아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700만원 이상의 학자금을 대출 받았다.
계속 쌓여만 가는 학자금과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B씨는 "오빠가 곧 군대에 가니 그 전에는 잠깐 휴학을 하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지난 2007년 한 학기를 휴학하기도 했었다. B씨는 "오빠가 입대를 하면서 복학은 했지만, 공백기 때문인지 학교생활은 어색하고 남보다 한 학기 늦어지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생각에 자꾸만 위축되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7% 이상의 금리는 B씨의 절망을 가중시켰다. B씨는 "정부가 학생들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런 금리는 절대 취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건 사채업자보다 이자만 적었을 뿐이지, 돈 장사하는 행태는 똑같은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아직 거치기간이라 이자만 빠져나가지만, 몇 년에 걸쳐 갚아나가야 할 대출금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는 그녀. 그녀는 "하루빨리 금리가 내려 학생들에게 웃음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자금 대출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A씨나 B씨 모두 휴학을 했거나 고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청년실업 문제로 휴학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학자금 대출 문제는 휴학생을 양산하는 또 다른 복병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학교 재정에도 곤란을 줄 뿐 아니라, 대학 공동체 문화의 형성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휴학생들이 복학 이후, 물에 뜬 기름처럼 겉돌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이 개인적인 고통을 넘어 대학사회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등록금넷 학자금 담당 조민경 씨는 "현재의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은 시장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며 " 때문에 학자금 대출의 금리가 내려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현 정부의 학자금 대출 정책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씨는 "당장은 추경예산 편성에서 정부가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을 대폭 올려야 한다"며 "나아가서는 일정비율 이상 학자금 대출 금리가 인상되면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조씨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등록금 인하에 있다"며 "대학 등록금이 물가상승률의 2∼3배나 책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학자금 대출제도라는 명분에 숨어 등록금 문제에 대해 개입하지 않은 채 방관만 하고 있다. 정부와 대학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사이, 학생들의 가슴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가고 있다.
정미진 기자 jmj@chonbuk.ac.kr
박승훈 기자 psh0504@chon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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