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동안 건지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베스트셀러가 있다. 바로 무림 최고수 묵향의 일대기를 그린 무협 판타지 소설 묵향이다. 이 책은 2001년 전북대 도서대출 순위 1위에 오른 이래 지난해에도 이용건수 787건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연간 평균 이용건수만 1천건이 넘을 정도니 대출도서계의 절대강자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한가지 재미있는 단면이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1999년과 현재의 도서대출 현황에서 건지인들의 판타지 소설에 대한 선호는 한결같았다. 지난해 도서대출 순위만 봐도 상위 20위 안에는 비뢰도, 다크메이지, 해리포터 시리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무협지 판타지 소설들이 12권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무협지 판타지 소설들이 대출순위 상위권에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을 때 낯익은 소수의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인문 사회과학 서적과 같은 전문서적들과 일반소설류는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의 대학생들은 어떤 책을 주로 읽고 있을까.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13일 공개한 2008년 주요 30개 대학 도서관 대출 순위에 따르면 우리학교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대출 순위에서 에쿠니 가오리, 오쿠다 히데오와 같은 일본 작가들의 소설과 JK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와 같은 판타지 만화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학계는 지성인이 될 대학생들이 가벼운 책만 골라 읽는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대출순위로 그들의 독서수준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이치에는 맞지 않는다며 애써 스스로를 자위했다.

애석하지만 대학생들의 독서 실태를 알려주는 자료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전공서적을 제외하고 월 1권의 책도 읽지 않고, 일주일 동안의 독서시간이 인터넷을 하는 시간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조사자료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당장 레포트를 작성할 때도 책을 읽기보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는 것이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편하다는 대학생활의 진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입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논술관련 도서를 열심히 읽는다. 대학에 와서는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어학관련 도서 읽기에 매진한다. 사회에 나가서는 더 높은 자리, 더 좋은 직종을 갖기 위해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계발서 한 권쯤 읽어야 한다. 독서의 즐거움은 잘사는 사람들의 먼 나라 이야기 같고 세상물정 모르는 친구들의 허튼 망상에 불과해 보인다. 수백 수만 권의 책이 출간되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이 읽어야 할 도서목록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다.  

듣도 보도 못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쏟아지는 현대사회에서 무림과 판타지만을 가지고 논하기에 미래에 대한 안목을 키워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남과 똑같은 그리고 쉽게 읽히는 책을 향해 한 우물만 파는 독서 방법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되기 쉽다. 애초에 책을 멀리해 무엇을 읽을지 막막한 학생들은 남이 읽은 좋은 책을 추천받아도 좋다. 딱딱하고 어려운 책이 부담스럽게 여겨진다면 정보습득을 위한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독서를 하자. 건지인이여. 이제 깊은 울림을 주는 책 한권을 진득하게 앉아 읽어봄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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