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는 320권 가량의 저서를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언론, 역사, 페미니즘, 사회, 정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영역을 종회무진하는 그를 세상은 ‘시대의 논객’이라고 평가한다. 강준만 교수의 최대 무기인 성실함은 ‘산책’ 시리즈에서 그 빛을 발한다. 『한국 근대사 산책』 10권, 『한국 현대사 산책』 23권, 그리고 『미국사 산책』 17권 등 총 50권에 달하는 산책 시리즈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미국사까지 폭 넓은 역사를 아울러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 현대사 산책 1960년대 편; 4·19 혁명에서 3선 개헌까지(이하 『한국 현대사 산책』)』는 ‘기회주의’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이승만 정권 말기부터 박정희 정권 시절까지를 풀어간다. 한국적 삶의 조건으로서 ‘기회주의’가 자리 잡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풀어가는 역사는 흥미진진하게 독자에게 다가간다. 『한국 현대사 산책』을 통해 강준만 교수가 제시하는 기회주의를 둘러싼 역사적·사회적 조건과 배경을 이해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이렇게 방대한 역사 자료의 하나로 남게 될 강준만 교수의 저서는 그의 치열한 ‘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의 결과이다. 강 교수는 어떤 영역에서든 자신만의 분류 체계를 만들어 놓고 정보를 축적시키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기록하지 않으면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 것처럼, 정보 또한 분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강준만 교수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시키는 방법은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책이나 기사를 읽다가 깊은 인상을 주는 구절과 떠오르는 생각들을 단어로 분류해 다른 정보들을 그 단어 밑에 추가하는 형식이라고 한다. 강 교수는 이러한 자신의 정보 분류 방식을 작곡가에 비유한다. 악상이 떠오르면 몇 십분 만에 곡을 써내려가는 작곡가처럼, 그의 정보 체계 또한 떠오르는 대로 나열된 단어들의 조합이라고 한다.

강 교수는 ‘좋아하는 것’부터 데이터베이스화를 시작하면 그것은 자신의 삶에 있어 강력한 무기가 된다고 말했다. 32년의 교수 생활 동안 끊임없이 작업을 해왔고, 퇴임을 앞둔 현재까지도 하루 두 세 시간씩 꾸준히 접하는 정보들을 분류해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방진 학생이 되라”는 강준만 교수의 말은 이러한 자신의 무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서 이뤄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상이 주는 자극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반응을 보임으로서 갈수록 단단해지는 학우 여러분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