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빨리 미얀마에 민주주의의 봄이 오기를”

미얀마인 유학생 자뢰누(건축·18) 씨.
미얀마인 유학생 자뢰누(건축·18) 씨.

 

미얀마 시민들 도울 수 있는 활동이면 모두 참여
“한국 시민들의 응원과 관심, 마음 깊이 감사해”
미얀마 건축기술 발전에 기여 하는 사람 되고파

 

“기자님, 안녕하세요. 식사는 하셨나요?” 미얀마 전통 의상 ‘룽치’를 입은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 왔다. 한국생활이 4년 차로 접어드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한국인이었다. 그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고, 인터뷰 내내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기자와 눈을 맞췄다. 그러나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해지는 모습이었다.

지난 2월 1일을 시작으로 미얀마에는 군부가 정부를 상대로 실권을 장악한 쿠데타 사건이 발생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목숨을 걸고 시민불복종 운동을 함으로써 정권을 장악한 군부에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군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임산부, 노약자, 어린아이 가리지 않는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상당수의 미얀마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미얀마 상황을 접한 자뢰누 씨는 미얀마 유학생들과 함께 매주 일요일 저녁 6시마다 전주대 대학교회에서 진행된 미얀마 예배와 모금 활동에 참여했다. “미얀마는 현재 도움 하나하나가 절실한 상황이에요. 불복종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집을 떠나 피란을 가는 시민들도 많죠. 이들을 돕고 응원할 수 있는 활동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참여했어요.” 그러나 미얀마 유학생들이 모금한 돈은 미얀마 시민들을 돕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어떤 활동을 해야 미얀마 시민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그의 머릿속에는 ‘도시락 판매’가 번뜩 떠올랐다. 이후 미얀마사랑 전북연대와의 회의를 거쳐 ‘도시락 판매 행사’를 계획했다. 이에 지난 4월 21일 오전 11시부터 2시간 동안 재한미얀마 전북학생회가 주최하고 전주대와 행복한아시아가 후원하는 ‘미얀마 국민 후원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 판매’가 전주대 학생회관 앞에서 진행됐다.

도시락에 담긴 음식은 미얀마 전통음식 ‘샤짬’으로, 쌀과 고기, 식용버섯, 완두콩, 당근, 옥수수 등이 들어간 미얀마 비빔밥이었다. “전에 다니던 학교 축제에서 샤짬을 판 적이 있어요. 토마토 칠리소스를 곁들여 이국적이면서도 건강식이라 외국인들의 입에도 맞고 반응도 좋았죠. 또 미얀마 전통음식도 알릴 수 있겠다 싶어 샤짬을 팔기로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도시락을 구매하기 위한 줄은 끊임없이 길게 이어졌고,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벌어졌다.

도시락 판매 행사가 진행되기 일주일 전부터 그의 머릿속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준비한 음식 1400개를 모두 판매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많이 찾아주실까?’라는 생각을 하루에 한 번씩 했어요. 판매 행사 전날에는 잠을 설쳤죠. 하지만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아오셔서 준비한 음식을 모두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락 판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닥치기도 했다. 도시락 음식을 만드는 장소와 행사를 진행하는 장소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힘들게 음식을 옮기고 있는 미얀마 유학생들을 본 전주대 대학교회 목사들은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행사 준비를 한결 쉽게 끝마칠 수 있었다.

‘미얀마 시민들이 반드시 이길 거예요. 희망을 잃지 마시고 끝까지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한 한국인이 남기고 간 쪽지는 자뢰누 씨의 심금을 울렸다. “행사 진행을 하면서 가장 감동한 순간이에요. 행사를 진행했던 날이 유난히 더워 힘이 들었지만, 응원의 쪽지를 받은 후에는 저절로 힘이 나서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미얀마 시민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도시락을 사고 남은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기부하겠다는 분들도 많았다”며 “그분들 덕분에 예상했던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이 모여 미얀마 시민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도시락 판매 수익금은 미얀마 민주화 투쟁 지원을 위한 의약품과 생필품 구매에 사용될 예정이다.

전주대 교직원들은 도시락 판매가 이뤄지는 텐트 앞에서 미얀마 유학생들을 응원했고, 전주시청과 전북도청 직원들은 단체로 도시락을 주문하며 미얀마 시민 후원 모금 활동을 지지했다. 자뢰누 씨는 “한국 시민들의 응원과 관심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어려웠던 행사였다”며 한국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건축 관련 공부를 위해 한국에 온 자뢰누 씨. 그는 한국에 온 지난 2018년부터 변함없는 소망 한 가지를 갖고 있다. 바로 미얀마 건축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 졸업을 앞둔 그는 건축 매니저나 건축설계자의 길을 걸을 예정이다. “졸업 후 건축 관련 일을 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설레고 기뻐요. 훗날에는 미얀마와 한국을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전북 미얀마 유학생들과 미얀마 시민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저를 포함한 미얀마 유학생들은 미얀마 시민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미얀마 시민들도 조금만 참고 끝까지 군부와 싸워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이 5·18 민주화 운동을 거쳐 민주주의 국가가 됐듯이 지금, 이 순간만 극복한다면 미얀마에도 민주주의라는 봄이 와 평안하고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한국 시민들은 관심 저버리지 마시고 지금처럼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편, 전북지역 20여 개 종교·시민단체로 이뤄진 '미얀마 민주화 지지 전주연대'는 오는 30일까지 모금 운동을 진행한다. 모금 계좌는 사)아시아이주여성센터(미얀마전주연대)의 계좌 전북은행 521-13-0421164, 농협 1204-01-023432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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