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선

무용가 설륜성 씨.
무용가 설륜성 씨.

 

예술 강사의 조언으로 현대 무용 시작해
아이 키우며 7년 공백… 무용 갈망 더 절실
“울림을 주는 인간적인 무용가가 되고 싶어”

 

한여름 같은 싱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기자를 맞이한 륜성 씨는 누가 봐도 무용가 그 자체였다. 강인한 눈빛과 기품 있는 행동들은 무용가가 어떤 존재인지 몸소 보여주는 듯했다. 인터뷰 내내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와 같은 천진한 모습으로 자신을 여과 없이 보여준 그는 매우 인간적인 무용가였다.

“어머니, 륜성이 무용시켜보시는 거 어떠세요?” 무용에 대한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초등학교 예술 강사의 말이다. 이 말 한마디로 ‘무용가 설륜성’으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당시 현대 무용은 굉장히 생소했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네가 하고 싶다면 해보렴’이라고 말씀해주시며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죠.”

무용을 향한 길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시기 질투를 받아야 했고, 좌절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는 무용에 대한 열정을 되새김질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릴 것만 같았던 마라톤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휴식기를 맞았다. “대학교, 대학원, 전북대 강사까지 무용가로서 쉴 틈 없이 살아오던 중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됐어요. 무용을 계속할 수 있었지만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에 7년 정도 무용을 쉬게 됐죠.”

기나긴 공백기 동안 무용에 대한 륜성 씨의 사랑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는 “지금도 무용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죠. 7년의 공백 동안 무용에 대한 갈망은 더 절실해졌어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무용에 대한 열정을 꺼내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무용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펼칠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우진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젊은 춤판’ 공연이 그것이었다. “무용에 대한 열정은 제가 다시 무대에 오르는 계기가 됐어요. 그 열정 못지않게 아들 또한 제가 젊은 춤판에 참여하는 원동력이 됐죠. 아들에게 ‘엄마가 정말 멋있는 무용가야’라는 걸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호기롭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준비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7년간의 공백기 동안 달라진 무용 스타일과 호흡법 때문이었다. “공백기를 증명하듯 젊은 무용수들과의 방식 차이가 크게 느껴졌어요. 일종의 괴리감 때문에 슬럼프를 겪기도 했죠. 그때마다 ‘지금이 당신의 ‘리즈 시절’이니 최선을 다해 노력하자’라는 남편의 말에 큰 힘을 얻었어요.”

무용가의 열정과 엄마로서의 책임감을 기반으로 준비한 공연은 말 그대로 성공적이었다. “공연에서 제 모든 열정을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해냈다는 벅찬 감동 후에는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를 보내준 가족들과 무대를 올리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현대 무용 선배님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터져 나왔죠.”

마지막으로 륜성 씨는 작은 소망 하나를 전했다. 바로 정직하고 따뜻한 무용수로 기억되는 것. “사람들이 저의 춤을 보며 인간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의 춤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길 소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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