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수의사로 살아갈 거예요

유기견 보호 위해 전국 곳곳 방문하며 치료
수의학과 학생 위해 10년간 10억 이상 기부
“사회가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바라보길”

어린 시절부터 얼굴 가득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 ‘싱글벙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동물과 사람, 생명 자체의 ‘고귀함’과 ‘존엄성’에 대해 강조하던 그는 수의사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을 떠올릴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풍부한 감수성으로 사람과 동물의 공생을 꿈꾸는 윤신근(수의 학·76졸) 원장은 현재 서울 ‘윤신근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복돌이'는 어린 시절, 그의 말동무가 돼주었던 반려동물이다. 전북 남원 출신의 순박한 시골 소년은 복돌이를 만나 지금의 윤신근이 됐다. 그는 “동물을 사랑한 소년 시절의 마음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과거 윤 원장은 복돌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매년 사비로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애완동물 사진촬영대회’를 열었다. 행사를 통해 아이들이 반려동물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병원을 처음 개업했던 1988년을 회상했다. 당시 윤 원장은 야생동물 구출, 유기견 보호를 위해 전국 방방 곳곳을 방문했다. 그는 산기슭에서 동물을 구출한 뒤 직접 병원으로 데려와 치료한 후 유동 인구가 많은 극장 앞에서 한 마리씩 무료로 분양했다. “소신으로 했던 일들을 오늘날에는 구청이 하고 있더라고요. 좋은 사회로 나가는 발판이 된 것 같아 뿌듯해요.”

“반려동물은 인간의 마음을 치료하는 동시에 상담자라고 생각해요. 그런 반려동물을 도와주는 사람이 수의사입니다.” 윤 원장은 다시 태어나도 수의사로 살아 가고 싶다며 수의사로서 가장 뜻깊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앉은뱅이 개를 다시 서게 할 때만큼 뿌듯했던 적이 없어요. 날이 가면 갈수록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이를 지키기 위한 간절함이 더욱 커져요.”

윤 원장은 동물에 대한 사랑이 커지는 만큼 인간의 추악함에 실망하는 일도 많다. 병원에 동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 자신에게 일부러 동물을 죽였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까지, 이들은 매 순간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윤 원장은 “이런 상처들로 요즘은 최대한 진료에만 매진하려고 노력해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윤 원장은 근 10년간 주기적으로 우리 학교 수의학과 학생들에게 10억이 넘는 돈을 기부해왔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기부에는 그의 꿈이 담겨있다.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사회에 환원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온 힘을 다해 소신대로 살다 보면 언젠가 우리 사회가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안유진 기자 lisaisa@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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