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진에는 이웃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퇴직 후 렌즈에 세상 담으며 인생 제2막 시작
현실의 생생한 이야기로 마음을 움직이고 파
길위의갤러리 레드박스에서 16일까지 전시

김 작가는 카메라 렌즈에 이웃의 이야기를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김 작가는 카메라 렌즈에 이웃의 이야기를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제 삶의 주변에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김승(화학공학·72졸) 작가는 ‘감탄’보다 ‘감동’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한다. 인터뷰하는 내내 기자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던 그는 얼굴에 따뜻함이 보이는 사람이었다. 고등학교에서 35년간 화학 교사로 일하다, 교장으로 퇴직한 그는 카메라 렌즈에 세상을 담으며 인생의 제2막을 열고 있다. 

김 작가는 교단에서 환갑을 바라보며 나날을 보내던 중 친한 동생에게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메일에는 사진 한 장이 첨부돼 있었다. 김 작가의 심장은 사진을 본 순간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심장이 뜨거워지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인생 첫 카메라인 ‘올림푸스 505’를 샀다. 처음에는 혼자 사진을 찍었지만, 촬영 기법 등을 더 자세히 배우고 싶었던 그는 학교 근처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사진반에 들어갔다. 사진반에서는 사진을 ‘예쁘게’ 찍는 법 위주로 가르쳤다. 그러나 그는 조금 못 났을지라도 사진 속에 현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사진에 대한 열의는 퇴직한 그를 세계여행으로 이끌었다.

“2011년 케냐에 갔을 때, 가이드와 마사이족 마을에서 20일 정도 살았어요. 케냐 여성들의 삶을 보고 마음이 아파 동의를 얻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았어요.” 케냐 여성의 사진을 2018년 익산에 있는 인갤러리에 전시했다. 전시회가 끝난 뒤에는 가이드를 통해 사진에 나온 모든 마을 사람들의 사진을 인화해 전달 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사진을 전하고 나니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어요. 사진에 대한 제 신념이 더 확고해진 경험이었죠.”

김 작가는 지난 9일 우리 학교 길위의갤러리 레드박스에서 대학시절 연을 맺어 50년째 우정을 맺어온 학과 동기 박영삼, 박일규, 안예순, 육찬남(이상 화학공학·72졸) 작가와 함께 ‘아름다운 우정의 결실’이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 2008년 ‘엔탈피포토’라는 사진 모임을 만들어 2014년을 기점으로 총 세 번에 걸쳐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엔탈피’는 에너지의 크기를 몰라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죠. 저희는 ‘다방면에서 우리의 에너지를 충분히 써서 엔탈피의 본질을 실현하는 삶을 살자!’라는 목적을 갖고 엔탈피 포토를 만들었지만, 대학생인 우리 후배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엔트로피’같은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김승 작가는 작품이 걸린 레드박스 안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다섯 친구의 사진 스타일이 전부 달라요. 이번 전시회에서 저는 사진에 그림 그리듯이 색을 입혀봤어요.” 그는 태안반도 해안 사구의 사진에 포토샵으로 색을 입혔다. 일반 사진에 강렬한 색채를 더한 것이다. “자외선은 사람 눈에 보이지 않아요. 저는 이것을 ‘숨어있는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위에 숨어있는 빛을 더함으로써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 장면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한편 김승, 박영삼, 박일규, 안예순, 육찬남 작가의 전시회는 오는 16일까지 우리 학교 길위의갤러리 레드박스에서 만날 수 있다.

백수아 기자 qortndk0203@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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