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인물 연구로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 넣다

중앙동아리 기린극회에서 펼쳐 나간 배우의 꿈
부모 반대 심해 가출도…치유 과정 현재 밑거름
끈기와 자기애가 있다면 더디더라도 성공할 것

 

“캐릭터가 어떤 숨소리를 내고 감정의 폭은 어느 정도일지 연구해 최대한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이도록 표현하려고 해요.” 안경 너머 선한 눈매와 달리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전진기(금속공학·88졸) 배우.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를 만나 연기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진기 배우는 어린 시절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까불고 잘 노는 성격이었어요. 학예회에서 콩트 같은 연기도 곧잘 했죠. 부모님은 치과 의사가 되길 원했지만, 성적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해 금속공학과에 입학했지요.”

입학 후 중앙동아리 기린극회에 가입했고 여름 축제 공연에서 무대에 처음 올랐다. 기린극회 동아리 방은 그가 재학 당시 가장 오래 머문 장소다. 그는 농담 삼아 금속공학과가 아닌 기린극회를 졸업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한다. “연극 준비하면서 세트로 초가집을 지은 적이 있어요. 당시 고향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집에 있는 볏단을 경운기에 싣고 직 접 운전해서 가져왔던 일이 기억납니다.” 전진기 배우는 기린극회 회장으로 활동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

전공과 무관한 꿈에 도전하는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 “부모님 반대가 심했어요. 손 편지, 카세트테이프를 남기고 가출한 적도 있었죠.” 전진기 배우는 그때의 갈등이 오히려 배우 생활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한다. “상처를 치유해 나 가는 과정에서 마음속 모가 나 있던 것을 다스리면 동그란 돌이 됩니다. 그러면서 내공이 쌓이고 밑천이 돼요.” 그는 가족들과 대화 끝에 대학원에서 연기를 공부하기로 했고, 연극배우 활동도 병행했다.

전진기 배우는 극단 활동 중 우연한 계기로 SBS 드라마 ‘연개소문’의 당나라 장군 이도종 역을 맡았다. 이를 시작으로 연극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로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갔다. 그가 연기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인물의 외향이다. “의상부터 머리까지 작은 부분도 세세하게 고민해요. 특히 어떤 안경을 쓸지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그는 많은 배역을 연기하면서도 이미지 변신을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전진기 배우는 최근 SBS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를 성황리에 마쳤다. 작중 최태국 회장의 비서실장 하일구 역을 맡았다. “코로나-19로 서너 달이면 끝날 촬영이 8개월간 진행됐어요. 힘들었지만 배우들과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앞으로 다중적인 면을 지닌 역할을 소화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바보 같고 순박해 보이지만 눈빛이 돌변하면 사이코로 변모하는 배역을 맡고 싶어요.”

끝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 “자신 있게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목표로 정하세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직접 부딪혀 보면 언젠가는 해 낼 것입니다. 끈기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더디더라도 성공의 문 앞에 다다르게 될 거예요.”

백선영 기자 seonyoungkk@jbnu.ac.kr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