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위 생계 노점상의 실태와 해법

노점상, 위태로운 장사 이어가며 전전긍긍
현재 도로법 등에 근거한 노점상 단속 지속
여수시, 노점상 활성화 위한 방안 모색·시행

▲ 구정문 근처에서 장사하는 ㄱ씨의 가게다.
▲ 구정문 근처에서 장사하는 ㄱ씨의 가게다.

쌀쌀한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겨울, 기온이 떨어지는 밤, 심지어 어둠이 깊은 새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사를 이어가는 노점상들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업자 등록이 안 된 이들은 지자체의 단속 대상이다. 공무원이 찾아와 주의할 때마다 이들은 ‘언제까지 장사를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품은 채 정식 사업자로 등록될 날만을 기다린다. 이에 지난 6월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노점상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점상 생계 보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지만 좌절되고 말았다. <여는 말>

▲길거리 간식은 옛말, 사라지는 노점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겨울철 대학로. 냄새의 원인은 바로 먹거리 노점상이다. 구정문 근처에서 각종 분식 장사를 하는 노점상 ㄱ씨는 “우리가 장사하는 것에 관한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공무원들이 단속을 온다”고 말했다. 낮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심경을 통해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을 수 있다. ㄱ씨는 노점상을 전업으로 삼고 있어 위태롭게 영업을 이어간다. 지난 1997년부터 장사를 시작했으므로 26년째도 불안 속에서 사는 것이다. 그는 이전에 사업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구청은 현재 영업하는 장소가 허용되지 않은 곳이라며 기각했다. ㄱ씨는 “우리가 세금을 내고 떳떳하게 장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마련해줬으면 한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노점상을 즐겨 찾는 진아영(사회·20) 씨는 “겨울철에 붕어빵 장사는 물론 목도리나 장갑, 액세서리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많았는데 현재는 찾기 어려워요”라며 “붕어빵을 사 먹기 위해 근처 가게를 검색할 정도”라고 다양한 노점상이 자취를 감춘 점에 아쉬워 했다.

노점상은 왜 불법일까? 단순히 사업자에 등록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도로법 제61조(도로의 점용 허가), 제74조(행정대집행의 적용 특례), 제75조(도로에 관한 금지행위), 제117조(과태료)에 근거해 노점상의 상업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완산구는 이 때문에 횡단보도 근처 및 차량·자전거도로 내 노점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세금 내고 떳떳하게 장사하고 싶어
완산구는 단속유예구역을 지정해 평일 오후 3시~오후 10시, 휴일 오전 10시~오후 10시에 정해진 시간 동안 단속을 유예한다. 만약 노점상이 단속에 적발되면 노상 적치물 보관 및 처리에 관한 공고를 받는다. 공고일로부터 1개월이 지나도 적치물의 소유주가 불분명한 경우 도로법 시행령 제67조 제3항에 의해 구청에 소유권이 귀속된다.

노점상으로 인한 피해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만 해도 총 23건의 민원이 제기됐다. 구자윤 완산구청 산업교통과 가로정비 주무관은 “노점상의 무분별한 도로 점용 때문에 통행이 불편하다거나 노점물품 상하차에 따른 차량 이동 방해가 주 민원 내용”이라고 밝혔다.

노점상들은 지자체의 규제 속에 허덕이고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다. 이들의 안정적인 직업 활동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노점상 생계 보호 특별법(이하 특별법)’의 제정이다. 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국가·지자체에 ‘노점상생계대책협의회’ 설치, △과태료 기준·부과 주기 제한 및 철거 비용 기준 제한, △노점 철거 목적의 악성 민원으로부터의 보호 등이다. 이를 통해 노점상은 정식 사업자로 인정받을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그러나 위 법안은 국회 국민동의 청원 5만명을 달성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넘겨졌음에도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지자체 운영 최초의 포장마차촌, 여수
특별법이 제정되고 나더라도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노점상을 활성화해야 법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여수의 낭만포차거리다. 지난 2016년 5월부터 운영된 낭만포차거리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최초의 포장마차촌이다. 시에서 직접 운영하기에 기존의 노점상이 가지고 있던 안전 및 환경 문제는 철저하게 관리된다. 노점상인들을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하고 지역 명소에 배치해 운영토록 하는 낭만포차거리는 노점상 관리에 우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방안은 노점상들이 불법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지역 관광객 유치까지 도모할 수 있다. 김태열(사회·19) 씨는 “노점상 장사를 수월히 하도록 지자체에서 전용 거리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며 “지역과 상인이 상생할 다채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 사례 외에도 노점상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은 타 지자체에서도 이뤄진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 영등포역 앞 노점상 대상의 ‘거리가게 허가제’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강서구, 관악구, 동대문구, 송파구 등 많은 자치구로 확대하고 있다. 거리가게 허가제는 기존의 너저분했던 노점상 판매대를 새롭게 지어 보다 세련된 가게와 쾌적한 거리의 마련을 도모하는 제도다. 이는 일반 시민과 노점상의 지속적인 상생을 꾀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역차별 논란 극복하고 상생 이루려면
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사고 있는 사업장들은 노점상을 인정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말한다. 이에 서울 종로구와 중구는 거리가게 허가제와 ‘노점상 실명제’를 운영한다. 이는 노점상별 신상을 등록해 노점의 판매 공간에 도로 점용 허가 및 대부 계약을 매년 갱신하는 제도다. 즉, 특정 노점이 특정 장소를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더는 운영되지 않고 있는 노점들을 효과적으로 처분함으로써 무분별하게 난립하던 노점들이 말끔히 정비되는 효과를 불러왔다. 노점상 실명제는 서울 외에도 경남 고성군, 울산 태화시장 등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공무원의 지속적인 단속이 있지만, 현재 노점상은 게릴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때문에 노점상 역시 사회경제의 한 주체로 인정받음으로써 건전하고 합법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통해 노점상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저절로 개선되며 길거리 음식·물건 소비가 보다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노점상의 매출이 올라가면 지역 경제 발전에 더 튼튼한 초석이 마련돼 지자체도 노점상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칠 기회가 많아지게 되는 등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재 기자 cj@jbnu.ac.kr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