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전문성 강화, 피해지원 제도 보완

때리고 욕하고…매년 증가하는 학교폭력
대다수 가해자, “특별한 이유 없는, 장난”
피·가해자 화해 돕는 제도적 뒷받침 필요

내내 혼자였다. 중학교 1학년, 짱구와 도라에몽을 본다는 이유만으로 학교폭력이 시작됐다. 4월 초부터 시작됐던 괴롭힘은 6월까지 이어졌다. 담배, 돈, 숙제 셔틀은 기본이었다. 축구공으로 때리는가 하면 의자에 아이스크림이 흥건하게 녹아 있는 날도 있었다. 견디다 못해 담임 선생님에게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친하게 지내”라는 말뿐이었다. 경찰서에 신고한 후, 학교는 반응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열렸으나 징계도,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엄마한테 이른 놈’으로 낙인찍혔다.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는 대학생 ㄱ씨가 중학교 시절 겪은 일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학교폭력은 여전히 우리 주변과 사회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는말>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해마다 증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교육부가 전국 초등 4학년부터 고등 3학년 321만명을 대상으로 ‘2022년 학교폭력 실태전수조사’를 한 결과, 1.7%인 5만4천명이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수는 지난 2019년 1.6%, 2020년 0.9%, 2021년 1.1%, 2022년 1.7%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인다. 피해유형별로는 언어폭력(41.8%)이 가장 많았고, 신체폭력(14.6%)과 집단따돌림(13.3%), 사이버폭력(9.6%)이 뒤를 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어떻게 조치되고 있나?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각 학교에 구성된 학교폭력 전담 기구에서 사안을 조사·심사한다. 심사 결과 학교장 자체 해결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사건은 각 학교 단계에서 종결되지만, 충족하지 않으면 각 지자체의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학폭위에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심의 및 피해·가해 학생에 대한 각 처분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학교는 학폭위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록한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종류는 총 9가지다. 가장 가벼운 조치인 1호(서면사과)~3호(교내봉사)는 당사자가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만 학생부에 기재하며 졸업과 동시에 삭제한다. 4호(사회봉사)~7호(학급교체)는 졸업 후 2년간 보존하되 전담 기구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삭제할 수도 있다. 8호(전학)는 졸업 후 2년간 기록이 남고, 9호(퇴학)는 삭제되지 않는다. 피해 학생 보호조치는 총 5가지로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 △일시보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학급 교체 △그 밖에 피해 학생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있다.

▲“때린 거요? 장난이었어요”
교육부 전수조사에 따르면 가해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의 학생(34.5%)이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가해했다고 답했다. 이어 상대방이 먼저 괴롭혀서, 오해와 갈등으로, 화풀이 또는 스트레스 때문에, 상대방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가 꼽혔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수업이 재개되면서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코로나 확산 이전보다 높게 집계됐다. ‘최근 3년간(2020~2022학년도) 전국 학교폭력 조치사항 불복절차 현황’ 자료에는 가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2077건, 행정소송 청구 건수는 575건이 기록됐다. 피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는 1014건, 행정소송은 64건으로 가해 학생보다 확연히 적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학폭위 처분 결과에 불복하는 쪽에서 제기한다. 불복절차는 주로 가해 학생 측에서 제기한다. 불복절차에 들어갈 때는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처분을 무효하거나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불복절차가 증가하면 피해 학생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처분이 늦어지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교폭력 소송의 수요가 늘어나며 법조계에서도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변호사가 증가하고 있다.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의 몸값은 최저 44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도 호가하고 있다.

▲처벌 강화, 범죄 감소로 이어질까?
일각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경태(국민의힘·부산 하사구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핵심은 학교폭력 조치사항 학생부 기재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늘리는 것이다. 3호는 졸업 후 2년까지, 5호와 6호 처분은 졸업 후 5년까지, 7호와 8호는 졸업 후 10년간 학생부에 조치사항을 기록해 대학 진학과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는 취지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이동현 변호사는 개정안처럼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보통 학교폭력은 장난으로 시작하지만 피해 학생에게는 아니다. 청소년기는 성격·정서가 형성되는 예민한 시기이며 또래집단이 중요한 때”라며 상처가 오래 남기에 처벌을 강화해 심각성,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과 정부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피해 학생의 상담 치료를 담당하는 청소년마음치유센터 관계자는 “최근 가해, 피해를 중첩 경험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가해 학생을 무조건 처벌하려는 입장보다는 사건 조사 시 가·피해 학생들의 입장을 전체적이고 맥락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입 전형 중 수능 위주 정시모집에도 학교폭력 가해 전력을 반영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21년 정부는 학생선수 간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자 대입 체육특기자전형에 학교폭력 조치사항이 포함된 학생부 반영을 의무화하게 했다. 체육특기자전형처럼 일반전형에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의무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학폭 근절 위해 교육과 지원제도 보완 필요
이 변호사는 학교폭력의 해결 방안으로 실질적인 예방 교육과 학폭위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꼽았다. 심리상담가, 피해 학생을 치료했던 의사, 변호사 등이 학교폭력 피해 사례를 보여주며 현실적인 교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학폭위는 10명 이상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전체 위원 3분의 1 이상을 해당 교육지원청의 관할 구역 내 학교에 소속된 학생의 학부모로 위촉한다. 또한, 해당 교육지원청의 생활지도 업무 담당 국장 또는 과장, 시·군·구의 청소년보호 업무 담당 국장 또는 과장, 교원으로 재직하고 있거나 재직했던 사람으로서 학교폭력 업무 또는 학생생활지도 업무 담당이 2년 이상인 사람, 변호사 등이 속해있다. 그는 학폭위에 기초적인 법률 지식이 없는 위원도 존재한다며 학폭위는 법률적인 판단을 해야 하기에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위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피해 학생에 대한 지원 제도가 재설계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헌법 제30조에 따르면 타인의 범죄행위 때문에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 그는 학교폭력 피해와 관련해 이 조항을 보다 적극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피해 학생의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며 현재 교육부는 ‘학교폭력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 선정·운영을 권장하고 있으나 각 교육청이 반드시 선정·운영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제대로 화해하고 사건이 종료될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피해자 ㄱ씨는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심연에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는 오랜 시간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한다”며 “학교 폭력이 일어나면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일을 덮기 급급한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그런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의진 기자 pjeen1009@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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