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원 김치찌개에 위로와 응원을 담다

누구나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 됐으면
대학 졸업 후, 나눔의 삶 살고파 신학교 진학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다운 모습 잃지 않길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주워 모으니 열두 바구니에 가득 찼다.’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빵 다섯 조각과 물고기 두 마리로 모두를 배부르게 한 성경의 일화이다. 우리 학교 신정문 앞에서 이러한 가르침이 행해지고 있는 곳이 있다. 배고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부르게 먹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을 연 ‘청년식탁 사잇길’. 그곳에서 유달리 밝고 포근해 보이는 김회인(전기전자제어공학02졸) 바오로 신부를 만났다.

어린 시절 그는 ‘고리타분한 학생’이었다. 일상생활에서도 ‘폭력은 나쁘다’, ‘거짓말하면 벌 받는다’ 등의 성경 말씀을 따랐다. 심지어 싸우는 친구를 말리다가, 분이 풀리지 않은 친구에게 자신의 뺨을 기꺼이 내어줄 정도였다. 

김회인 신부는 대학 시절 기억에 남는 일로 소년원에서 출소한 청소년을 돕는 봉사활동 참여를 꼽았다. 그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이런 친구들을 위한 삶을 충분히 살 수 있고, 또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눔’의 가치를 일깨워준 일도 있었다. 무전여행에 도전했던 그를 하룻밤 묵게 해주고, 음식까지 싸준 민박집을 떠올리며 그는 “남에게 베푸는 것을 의무처럼 여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청년식탁 사잇길에서는 3천원에 돼지고기, 두부, 참치, 비건 4가지 중 하나를 골라 김치찌개를 주문할 수 있다. 밥과 반찬은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김회인 신부에게 청년식탁 사잇길을 만들게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정말 단순하다. 그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며 “청년 세대는 왜곡된 시선과 프레임에 갇혀, 사회적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김회인 신부는 ‘청년’이라는 단어에 많은 사람이 가진 편견에 대해 강조했다. 그가 이 사업을 시작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도 이러한 ‘편견’과 맞서는 것이었다. 그는 “청년이라고 해서 모두가 열정적이고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것은 아니다”며 “청년 중에서도 힘들고 고민 많은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목표가 있다. 우선 밥집으로서의 ‘청년식탁 사잇길’이 자리 잡은 만큼, 더 나아가 청년이 주도하는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써의 역할을 하길 바랐다. 또, 청년이면서도 그 이름을 잊어버린 채로 일하는 이들이 많은 팔복동 공단 부근에 2호점도 내고 싶다. 그는 청년이 취업이나 진로에 매진하는 가운데에서도 간직하고 있던 인간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간다운 모습, 저는 그걸 희망이라고 표현해요. 부자가 되고,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 희망이 아니에요. 내가 원하던 인간다운 모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희망이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이 희망입니다. 희망을 내려놓지 말고, 언제나 가슴 속에 품고 지향하세요.”

김전민 기자 chevikim08@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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