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맷값 대비 전셋값 높아…안전지대 아냐

부동산 지식 부족한 학생·사회초년생 피해↑
건축왕·빌라왕, 수법 따라 보상 방법도 달라
오는 25일‘ 전세사기 특별법’ 본회의 상정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로 두 달 사이에 세 명의 피해자가 삶을 포기했다. 최근 전주의 한 대학가 원룸형 빌라에서도 전세사기가 발생해 대학생 등 21명이 총 6억가량의 전세금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전세 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며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 예방책과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20·30세대, 전북 전세사기 피해 증가
“월세로 살면 다달이 들어가는 지출이 계속 발생해서 올해는 집을 전세로 돌렸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으로 인해 나가는 지출이 월평균 38만원이었는데 올해는 보통 15만원 정도니 2.5배 정도 차이 나죠.” 올해 처음 전셋집을 계약한 ㄱ씨는 전세 계약을 위해 온갖 인터넷을 뒤져가며 융자, 등기부등본, 특약 등의 사항을 확인했다. 그는 집을 찾아볼 때 확인할 사항도 많고 필요한 서류의 발급이 까다로웠다며 “학교에서 부동산 지식과 관련 교육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렇듯 최근 전세사기 피해는 대부분 부동산 지식이 부족한 2030세대에 집중되고 있다.

전북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실제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전국 기준보다 높은 실정이다. 최근 3개월 동안의 아파트 전세가율을 살펴보면 전국 평균 67.5%, 전북 79.4%,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세가율은 전국 77.1%, 전북 87.2%였다. 한국부동산원은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한다. 지난 2021년 전북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했기에 외지 투기꾼이 갭투자를 시도했고 현재는 그들과 계약했던 임차인들의 1차 임대 기간(2년) 종료 시점이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전셋값 급락과 전세 거래 수요 감소로 집주인이 신규 세입자를 찾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올해 넉 달 동안 전북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는 14건으로 28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사기 유형에 따른 피해자 보상 방안은?
언론에서는 전세 사기꾼을 ‘건축왕’, ‘빌라왕’이라는 이름으로 보도했다. 건축왕과 빌라왕은 대표적인 전세사기 수법을 이용한 사기꾼의 유형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용의자는 건축왕으로 불린다. 그는 주로 미추홀구에 빌라를 지은 후, 이 빌라를 담보로 대출받아 전세 세입자를 받고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으로 또 다른 빌라를 세웠다. 이런 방식으로 건물의 수를 늘려나갔고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은 생각하지 않은 채 수천 채를 지었다. 반면 빌라왕은 빌라를 수백 채씩 가지고 전세사기를 친 용의자를 말한다. 이들은 무자본 갭투자 수법을 이용한다. 이는 자기자본 없이 전세금의 차액만 투자하는 것으로 집값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금액에 계약을 체결한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집값이 폭락하자 집값이 전세 보증금에 못 미치는 역전세 현상이 드러났다.

건축왕과 빌라왕은 사기 수법에 차이가 있는 만큼 피해자가 원하는 지원 방식도 다르
다. 건축왕은 금융사와 채권 관계에 얽혀있어 피해 주택을 경매로 넘겨도 선 순위 채권자인 금융사가 돈을 가져가는 구조다. 그렇기에 건축왕 사기의 피해자들은 경매 중단을 요구한다. 이에 지난 22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와 관련된 10건의 피해 주택은 경매가 유예됐다. 빌라왕 피해자들은 경매에서 우선 낙찰권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금융사와 채권 관계가 없기에 경매에서 집을 처분해 보증금 일부라도 돌려받기 위함이다. 피해자들은 입을 모아 맞춤형 대책과 후속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임대인 정보 고시, 사전 예방 등 필요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임대인의 정보 게시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임대인의 정보를 임차인이 알 수 있도록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대학생,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관련 생활지식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여·야당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야당은 ‘공공기관이 보증금 채권을 매입해 피해자가 보증금 일부를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사적 계약인 전세 보증금 반환을 세금으로 쓸 수 없으며 이는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2일 여·야당은 다섯 차례 회의 끝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 제정에 합의했다. 이는 전세사기로 인정하는 보증금 기준을 5억원으로 확대하고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닌 피해자는 최우선변제금만큼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다. 최우선변제금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매·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순위가 앞선 담보권자보다 먼저 받을 수 있는 돈이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한편 전북 자치단체는 전세사기 피해사례를 조사하고, 대규모 임대 사업자 현황을 파악해 운영실태를 살펴볼 계획이다.

박의진 기자 pjeen1009@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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