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분리·차등 요금제 도입으로 상생

백색 소음 허용·높은 접근성…카페 선호 이유
업주, “장시간 머무는 카공족으로 회전율 없다”
올인클루시브 요금제 시행 등 공생 방안도 대두

▲교내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교내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최근 한 이디야커피 매장에서 ‘3시간 이상 이용 시 추가 주문 필요’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 화제가 됐다. 해당 문구는 카공족에 대처하기 위해 카페 업주가 내린 특단의 조처였다. 백색 소음 허용, 높은 접근성 등의 이유로 장시간 카페를 이용하는 카공족이 늘면서 공공요금 상승과 수익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페 업주 또한 많아지고 있다. 카공족과 카페 업주의 공생을 위해 권용주(상대·경영) 교수는 ‘스터디 좌석 올인클루시브 요금제’ 운영을 제안했다.

구정문 근처 카페에 들어서면 항상 공부하는 사람으로 매장이 꽉 차 있다. 요즘은 카페에서 쉬거나 수다를 떠는 사람들보다 혼자 공부하거나 일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사회는 이들을 카공족이라 부른다. 카공족은 책과 노트북 그리고 아이패드 등을 들고 카페에 와서 공부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대학가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카페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면서 카공족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많은 이들이 카페에서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관과 독서실 같은 경우 장소 특성상 조금의 소음도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김영은(국제인문사회·23) 씨는 “주변에 피해가 갈까 움직임이나 소리에 신경 쓰다 보면 공부를 편하게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카페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의 소음이 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시험 기간에는 주로 카페에서 3~4시간 정도 공부한다”고 말했다. 

정예린(프랑스아프리카·23) 씨 역시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호한다. 시간과 공간 제약이 있는 도서관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이기에 개인적인 요건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그는 “음식을 먹으면서 공부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을 때 도서관보다 카페가 이용하기 편하다”고 말하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적당한 백색 소음과 무료 와이파이 사용, 충전 등이 이들의 발걸음을 카페로 향하게 했다. 이외에도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들은 접근성 때문에 카페를 이용한다. 교내 도서관은 공대와 농대 쪽에 있어 학생들이 주로 자취하는 신정문, 구정문과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카페는 구정문, 신정문에서 발자국을 조금만 움직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공부하기 위해 카페에 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있는 시간도 증가하고 있다. 장시간 홀로 4인석을 이용하거나 음료를 한 잔만 주문하고 종일 카페에 머무는 일부 카공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카페 업주도 생겨나고 있다. 구정문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ㄱ씨는 “아침 일찍 와서 공부하다가 카페에 짐을 두고 밥을 먹으러 나간 후 마감 시간이 지난 새벽 1시에 다시 와 매장문을 두드리는 손님도 있었다”며 경험을 이야기했다. ㄱ씨는 “가게를 운영하는 처지에서는 회전율이 높아야 하는데 카공족으로 회전율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매장에서는 콘센트 막기, 수능 금지곡 틀기 등 카공족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ㄱ씨는 “카공족도 엄연한 손님이기에 오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카공족과 카페가 공생할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권용주(상대·경영) 교수는 그 방안으로 ‘스터디 좌석 올인클루시브(All inclusive) 요금제’ 운영을 제안했다. 인지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경제학자 대니얼 카네만의 프로스펙트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손실에 더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즉 사람은 큰 금액을 한 번에 잃는 것보다 같은 금액을 여러 번에 걸쳐서 잃는 것을 더욱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카페에서 주문한 지 몇 시간 지났으니 추가 주문하라고 요구하게 된다면 고객들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권 교수는 “카페에서 오래 공부할 카공족에게 한 번에 장시간 또는 하루 전체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스터디 좌석 올인클루시브 요금제를 제시하는 것이 추가 메뉴 주문을 요구하는 것보다 더욱 편안하게 여겨질 것”이라 설명했다.

예를 들어 대화나 휴식 등을 위해 카페를 찾는 고객에게는 3시간 동안 좌석을 제공하되 지금처럼 주문 메뉴 금액만 받고 카공족을 위해서는 스터디를 위한 좌석이나 공간을 별도로 분리하는 것이다. 스터디 좌석을 선택한 카공족에게는 시간 충전 요금제, 일일 요금제로 기본 음료 금액보다는 다소 높은 요금을 받되 공부하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비스킷이나 리필 차를 제공하면 카공족은 눈치 보지 않고 장시간 이용할 수 있다. 권용주 교수는 “이 방안을 적용한다면 카페의 수익성도 높이고 카공족도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어 서로 공생할 방법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다현 기자 dhlee23@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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