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부식성 가스, 노동자 건강 위협…기준마련시급

필수 폐기물 처리시설, 악취와 소음으로 민원 잇따라
법에 따라 수십 배 차이, 명확한 측정 기준 마련 시급
사회적 운영과 노동자 참여 안전보건조사 시행 필요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다들 꺼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혐오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넘쳐나는 음식물과 1년 내내 천장에서 음폐수가 비가 돼 떨어지는 현장입니다. 이런 해로운 환경에 노출된 노동자들은 안전하게 일을 해야 하지만 회사는 위험환경 개선을 외면합니다.” 지난 8월 23일 진행됐던 ‘전주시 종합리싸이클링타운 노동환경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낭독한 이태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분회 분회장의 현장증언 중 일부다. 폐기물 처리시설 주변은 언제나 악취, 소음, 분진 등의 문제가 발생해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에서도 복합악취 희석배수가 시설 협약 기준을 최고 41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그렇다면 그 시설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환경은 어떨까?

▲폐기물 처리시설,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
국립전주박물관을 지나 외곽으로 빠지는 샛길로 들어서면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가 나온다. “전주시에서 이런 시골 동네는 처음 와봐. 여기에 뭐가 있다고 이렇게 멀리까지 가.” 샛길에 들어서자 택시 기사가 기자에게 물었다.

택시 기사도, 기자도 모르는 인적 드문 곳에 시민을 위해 가동 중인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이 있었다. 이곳은 전주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음식물 쓰레기와 폐합성수지 등의 생활폐기물이 모두 모이는 폐기물 처리시설이다.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은 수익성 민자 투자방식으로 태영건설을 비롯한 4개의 건설사가 합자해 지난 2016년 11월부터 가동 중이다. 태영건설 계열사인 에코비트워터와 에코비트워터에서 재활용선별시설을 재하청한 HNC가 운영하고 있다. 총규모는 44,160㎡로 음식물 폐기물 자원화시설, 하수슬러지 소각시설, 재활용품 선별시설이 설치돼 있다. 음식물 폐기물 자원화시설은 하루 최대 300t의 음식물류 폐기물을 자원화할 수 있으며 하수슬러지 소각시설은 하수슬러지를 하루 최대 100t까지 감량할 수 있다.

▲악취·우울증·부식성 가스, 끊이지 않는 문제
“지하에서 비닐과 음식물을 분리하는 작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발생한 악취와 가스로 갑자기 속이 안 좋아지고 두통까지 호소해 작업을 중단하고 휴식을 취한 적도 있죠.” 현장에서 근무 중인 강현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평등지부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분회 조합원이 고충을 토로했다. 음식물 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전처리는 주로 지하에서 이뤄진다. 지상에 설치하는 경우 악취가 밖으로 새어 나갈 수 있기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전처리 시설을 지하화하고 있다. 또한, 환기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악취로 인한 민원을 대비하기 위해 회사 측은 노동자들에게 창문과 셔터를 닫고 일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기도 했다.

또 다른 현장 근무자인 이태성 분회장은 몸에 밴 악취 때문에 엘리베이터나 대중교통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대인기피증을 겪은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악취 때문에 가족들조차 저를 멀리할 때면 씁쓸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북노동정책연구원의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 작업환경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무자의 우울증상 의심자 비율은 83.9%였으며 각 공정별(음식물, 하수, 재활용)로도 80%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자들은 부식성 가스에 따른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식성 가스가 천장을 부식시켜 준공된 지 5년도 되지 않은 천장에 구멍이 뚫려 비가 새고, 고인 빗물 때문에 발생하는 미끄러짐 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부식성 가스는 천장뿐만 아니라 현장 사무실의 전자제품과 개인 휴대전화까지 부식시켰다. 이태성 분회장은 “지난 2020년부터 에어컨이 1년마다 고장이 났다”며 “수리 기사도 도대체 여기는 왜 이렇게까지 고장이 자주 나는지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환경기준은 ‘기준치 초과’, 노출기준은 ‘이상 없음’?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은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에 따라 작업할 때 발생하는 유해인자에 노동자가 얼마나 노출되는지를 측정·평가하는 작업환경측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장 주변 악취 정도를 측정하는 악취방지법과 근로자의 작업환경과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 기준의 간극이 너무 크다. 예를 들어 암모니아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업장 내에서 노출할 수 있는 기준은 25ppm 이하이나, 환경과 관련된 악취방지법상 기준은 1또는 2ppm이다. 회사 측은 민원 발생을 우려해 암모니아가 사업장 밖으로 2ppm 이하 방출되도록 한다. 이에 관련 시설을 지하에 배치하거나 문을 닫고 환풍기를 틀지 않은 채 작업할 것을 강요한다. 작업장 내 암모니아 악취가 20ppm 이상이어도 그 악취가 작업장 밖으로 2ppm 이상 나가지만 않으면 적법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근로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전주 종합리싸이클링 운영사인 전형주 에코비트워터 팀장은 토론회에서 “조사 결과 비공개 등의 미흡한 점을 회사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회사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은 노동자와 협의해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배상열 전주시청 자원순환본부 자원순환과 지원시설운영팀장은 “시설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은 운영사, 노조와 협의하고 있으며 악취 종합컨설팅을 진행 중”이라 설명했다. 이어 “올바른 분리수거로 불필요한 작업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환경기초시설인 만큼 전주시에서 책임져야”
전은남 대한산업보건협회 건강진단팀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악취, 가스 문제를 논하기 전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만약 화합물이나 중금속 때문에 악취나 분진, 가스 등이 발생하게 되면 노동자의 호흡기 쪽에 문제가 생겨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취 문제는 항상 심리적인 문제가 따라다니며 신경계, 신장, 심장 등 신체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한, 악취 문제는 어떤 물질이 포함돼 있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주 종합리싸이클링타운 작업환경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했던 강문식 전북노동정책연구원 상근연구위원은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의 사회적 운영과 노동자 참여 안전보건조사 시행을 제언했다. 먼저 그는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이 전주시민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시설이므로 전주시에서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노사 공동으로 위험·유해요인을 평가하거나 신뢰할 만한 전문기관에 조사 의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 화학물질 노출기준을 악취방지법상 환경기준으로 상향해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작업환경측정, 환경 영향 조사처럼 건강 영향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의진 기자 pjeen1009@jbnu.ac.kr
이다현 기자 dhlee23@jbnu.ac.kr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