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줄폐업 ... 공공이 나서서 해결해야

20년간 시내외버스 산업 규모 대폭 축소
중소도시 터미널 폐업, 인구소멸 가속화
문제 해결, 지방소멸 대응책 될 수 있어

 

최근 3년간 도내 버스터미널 중 익산고속버스터미널, 남원고속버스터미널, 김제 원평시외버스터미널이 영업을 중단했다. 지방 인구소멸 가속화와 더불어 코로 나-19 사태까지 겹쳐 시외버스 산업이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전라북도는 시외버스 사업이 활개를 되찾을 만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며, 일부 도내 정치인은 공공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줄어드는 승객에 사라지는 버스, “이동권 위협 느낀다”
ᄀ씨는 지난 7월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무주에 놀러 가기 위해 전주에서 무주로 가는 시외버스를 이용했다. 그는 약 두 시간에 걸쳐 무주의 끝동네인 구천동까지 이동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오후 1시, 탑승객은 열명 정도였다. 휴가철인데도 버스는 텅텅 비어 있었다. 그는 “마지막 정류장에서 하차하는 승객은 저와 일행뿐이었다”며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운행해도 버스회사가 남는 것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3월, 김제 원평시외버스터미널이 코로나-19로 인한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지난해에는 남원고속버스터미널과 익산고속버스터미널까지 줄줄이 폐업했다. 해당 터미널 역시 경영 악화를 버티지 못해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시외버스 이용객 감소를 체감하는 것 은 ᄀ씨 뿐만이 아니다. 양정한(농업경제·23) 씨는 본가인 익산에 가기 위해 매주 주말마다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그는 “점점 줄어드는 승객에 혹여나 나에게 도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순간이 올까 봐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라북도 시외버스 연간/하루 평균 수송인원
▲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라북도 시외버스 연간/하루 평균 수송인원

실제로 전라북도버스운송사업조합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연간/하루 평균 시외버스 이용 객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라북도 시외버스 연간/하루 평균 수송인원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 지 각각 1149만 4200명/3만 1491명, 1049 만 6400명/2만 8757명, 631만 7900명/1만 7309명, 594만 9200명/1만 6299명, 645만 5700명/1만 7687명이다. 지난해 코로나 방역 완화에 따라 전년대비 소폭 상승한 점을 제외하고는 감소세가 일관됐다.

이용객 감소에 따라 버스 운행 횟수도 줄어들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통계자료를 보면 일반·직행버스는 지난 2002년에는 7907대에서 지난해에 5359대, 고속버스는 2282대였지만 1603대로 각각 32%, 29%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총 수송인원 역시 일반·직행버스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억 2900만명에서 9678만 7824명, 고속버스는 약 4200만명에서 1825만 9799명으로 각각 71%, 57% 감소했다.

시외버스 사업의 지출 대비 매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버스 산업의 이윤은 최소화됐다. 지난 6월 30일 발간한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의 정기간행물 ‘버스교통 78호 여름호’에 따르면 시외버스 대당 지출액 과 매출액은 각각 지난 2002년 약 1억 5850만원에서 지난 2021년 약 1억 9390 만원, 매출액은 약 1억 6390만원에서 1억4890만원으로 변화했는데, 지출액은 22% 상승한 반면 매출액은 오히려 9%가 감소 했다.

이에 중소도시 터미널 존립에 대한 위기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전북지역에는 총 30개소의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있다. 이중 지자체가 직접 또는 위탁 운영하고 있는 터미널은 임실오수터미널, 정읍신태인터미널, 고창터미널 3곳이다. 해당 공영터미널 외 27곳은 민간업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일정 기간 이윤이 나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회사에서 폐업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곳곳의 낡은 터미널 건물 역시 말썽이다. 전주시외버스터미널은 지난 1974년 준공돼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운영돼 오고 있다. 건물이 오래된 만큼 터미널의 노후화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송인성(화학공학·21) 씨는 “전주가 관광도시로 자리잡은 만큼 다른 지역에서 오는사람들도 많을 텐데,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눈살을 찌푸리게 될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김관영 현 전라북도지사가 후보 시절부터 내건 공약인 ‘전주시외버스터미널 현대화 사업’ 역시 현재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민선 전주시 대중교통과 주무관은 “지난 2016년 터미널 현대화 사업 추진을 위한 이해관계자 설명회와 관련 실무회의를 20회 이상 진행했고 (주)전북고속에서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었 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주시외버스터미널, 그리고 터미널에 입주 예정인 상가와 토지주 등 이해관계 당사자 간의 입장차가 매우 커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개선 및 정책적 지원 고민 필요
이런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임서현 한국교통연구원 대중교통산업연구팀장은 ‘버스교통 78호 여름호’에서 “코로나-19 방역 완화에도 이용객의 회복은 더디고, 고유가로 인한 운영비용 증가로 시외·고속버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시외버스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방안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서현 팀장은 노선버스 차령 연장과 같은 제도개선, 심야할증 적용 기준 현실화,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연장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정책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승객의 수요 동향을 꼼꼼히 모니터링해 수요가 증가하는 노선은 신설 및 증차를, 승차율이 저조한 노선은 폐선·축소를 과감히 하는 경영개선이 이 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병도(더불어민주당·전주시1) 전북도의원은 지역의 인구소멸과 코로나-19 사태가 버스 산업에 큰 타격을 입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자가용 의 증가, 택시와 같은 수요응답형 교통수단의 활성화로 터미널 이용객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병도 의원은 “지방 중소도시에 있는 터미널의 폐쇄는 해당 지역의 인구소멸을 가속하는 결정적 요인” 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귀농·귀촌 과 같은 인구 유입에 있어 버스터미널의 부재는 치명적”이라며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터미널이 없는 지역을 선뜻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권 자체가 의료권, 교육권, 문화향유권 등 다양한 권리와 밀접하게 연계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병도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공공이 나서 해결하는 것이 중론”이 라며 “그동안 전북 교통정책이 소극적 수준에 머물렀던 것은 사실이지만 인구감 소 및 지방소멸 대응, 나아가 탄소중립사회를 위한 대중교통시스템의 전면 재편은 시대적 요구일 것”이라고 전했다. 나아가 의회 차원의 조례 제정으로 하루빨리 관련 정책 이행을 이끌 수 있도록 적극 검토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와 제주도의 경우, ‘수입금 공동관리형 준공영제’로 시외버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공동 재정지원으로 시외버스를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박찬재 기자 cj@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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