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문제,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전쟁터 같았던 대기업 상담자 대신 연구자의 길 선택
노동, 가난 등 무거운 주제, 접근 쉽도록 정성껏 집필
“후배들, 자신의 행복 찾아 성공 서사 펼치길 바라”

 

상담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란 어떤 모습일까 생각하던 찰나, 예상치 못한 힙한 스타일의 한 사람이 등장했다. 유난히 많은 비가 쏟아지고 쌀쌀했던 날 음료를 건네며 환하게 맞이해 주던 그, 바로 진명일(심리·02졸) 대전대 산업광고심리학과 교수였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진명일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상담자의 길을 희망했다. 그는 학창 시절 어려운 친구를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학교에서 친구를 괴롭히는 나쁜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당당히 말한 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는 진명일 교수는 자신의 성향과 학창 시절의 관심사인 심리학, 철학을 진로로 연결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상담자의 꿈을 안고 우리 학교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바로 우리 학교 심리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제조업 관련 대기업에 상담자로 입사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상담자는 마치 전쟁터에 남겨진 사람과 다름 없었다. 진명일 교수는 “일하면서 느껴지는 어두운 공기, 군대 같은 체계를 참고 견디기가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를 보며 주위에서는 편하게 일하면서 왜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고 했다. 진명일 교수는 대기업이라는 체계 속에 갇혀있는 삶과 상담하면서 느껴지는 어둑한 기운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결국, 그는 열 네 번의 이직 시도 끝에 현재 몸담은 대전대 산업광고심리학과 교수가 됐다.

진명일 교수는 박사 졸업 논문으로 『기업 상담자들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적응 과정』을 발표할 만큼 사회정의 상담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정의 상담이란 개인의 우울을 개별 책임으로 보기보다 사회 문제로 바라봐 그들을 옹호하는 것이다. 그는 강단에서도 학생들에게 사회정의 상담을 가르쳤다. 그러나 단순히 강의로 전하는 사회정의 상담보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연구자로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 전달할 수 있는 책 집필로 이어졌다.

마침내 지난 8월 20일 『나를 위로하는 정의』가 세상에 나왔다. 책에는 청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동, 능력, 노력, 가난 등의 문제가 에세이 형식으로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다. 가벼운 주제가 아닌 만큼 집필에 정성을 쏟았다. “가스라이팅처럼 무거운 주제를 쉽게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진명일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 성공 서사를 펼쳤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라며 “후배들의 능력을 믿으니 마음먹는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예령 기자 2.to0@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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