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바동(Ma’badong)* /  이형초 단국대 문예창작 4

 

 죽어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내가 기계를 사랑하면 그것을 자연이라고 부를 수 있듯이

 필립 씨는 이 구절을 자주 읊었다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그는 설명하는 순간 모든 감동은 사라진다고 답했다

 공장 날씨는 매일 흐린 걸, 나는 원단을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올렸다 접착기는 무엇이든 납작하게 찍었다 여러 개의 직물이 한 몸으로 합쳐지고

 필립 씨의 일부가 낯선 자세로 누워 있다 접착기 롤러 속으로 어제 멈춘 그의 시간이 빨려간다 원단과 벨트 사이에 비틀리고 들뜬 부분을 메우며

 어제와 같은 세상과
 어제와 다른 세상이
 거미줄을 직조하는 거미의 다리처럼 치밀하게 엮어지는 중이었다

 필립 씨는 뭐랄까, 항상 어딘가 겉돌고 있는 것 같았어, 그가 없어도 그는 어딘가에서 잘 돌아다니고 있고

 자고 일어나면 세상의 원단은 어제와 달랐다 나무에서 날마다 새가 떨어졌다 새의 공백만큼 피부는 무거워지고 여전히 완벽한 날씨는 없고

 우리나라는 술이 금지라서 담배를 배웠어요
 (그런데 필립 씨 술 좋아하잖아요)
 불꽃은 없지만 취기는 많은 편이라

 사람이 죽은 곳에서 날마다 털이 났다 거리엔 모두가 두껍고 따뜻한 코트를 휘감으며 걷고 있고 그건 필립 씨를 위한 장례 같고

 우리는 여전히 마바동에서 살지 스위치를 누르면 기계는 어깨를 맞대며 들썩인다 춤은 박자가 있어서 슬프다 살아있다고 생각하면 그랬다

 

*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해 함께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 인도네시아의 장례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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