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창업 지원과 거주 환경 개선이 핵심

일자리와 더 나은 교육환경 찾아 떠나는 청년들
전라북도 곳곳, 다양한 지역 거주 프로그램 진행
일시 체험형 프로그램보다 정착 위한 방안 필요

▲'낭만농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의 모습이다.
▲'낭만농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의 모습이다.

지방을 떠나는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전국에서 한달 살기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일시 체험형으로 진행돼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여가, 교통,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보다는 청년들의 취·창업 지원 및 거주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유입 위한 한달 살기 프로그램 성행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전역에서 인구감소나 소멸 상황을 겪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 전북의 총인구수는 175만 8661명으로 집계됐다. 180만 6441명이었던 지난 2020년 9월과 비교해 보면 4만 7780명이 감소한 셈이다. 전주시청 인구정책과 관계자에 따르면 전주시는 지난 2017년 이전까지 10년간 인구 65만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지난 8월 기준 64만 4909명으로 집계됐다.

지방 인구감소의 원인으로 저출산과 고령화가 주로 언급되지만 청년인구 유출도 한몫하고 있다. 다른 시·도 전출인구 중 청년층(18~39세) 인구 차지 비중이 62%로 가장 컸다. 최형열 전북도의회 의원은 지난 9월 5일에 열린 ‘제403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을 지적했다. 그는 “올해 도내 청년실업률은 12.2%로 전국 평균인 6.2%에 비해 약 2배에 이르는 수치이자 최근 10년 중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20대 청년 고용률은 지난 2013년 12위가 최근 10년 동안 가장 나은 지표이고 6년째 전국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은 일자리와 교육환경 등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이 늘기 시작하면서 청년인구 유출이 지방인구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지방인구 감소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와 기업 그리고 민간 단체들은 ‘한달 살기’와 같은 다양한 청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예시로는 충북 충주시 ‘오소(O-SO)충주’, 경남 창원시 ‘창원에서 한 달살이’, 경기도 연천군 ‘연천에서 한달 살아보기’ 프로그램이 있다.
 

▲'예술인 완주 한달살기'에 참가한 청년이 마을 주민들과 교류하는 모습이다.
▲'예술인 완주 한달살기'에 참가한 청년이 마을 주민들과 교류하는 모습이다.

▲전북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청년 프로그램
완주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예술인 완주 한달살기’ 프로그램은 완주군의 마을들과 연계해 타지역에 거주하는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을의 빈집, 유휴공간 등을 작업실로 활용하며 주로 마을 내에 입주 공간이 있기에 자연스레 마을 주민과 교류할 수 있다. 이로써 마을에는 즐거운 활기를, 예술가에게는 영감을 얻을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는 지난 8월 1일에 시작해 지난 9월 20일까지 예술가들이 완주군에 거주하면서 총 50일 동안 창작 활동을 진행했다. 완주문화재단 예술진흥팀 관계자는 “참여한 작가들은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거주하며 작업하는 것에 만족하는 반응을 보였다”며 “도시가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또한 그는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 참여자를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한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은 마련돼 있지 않지만, 완주로의 귀촌을 생각하는 참여자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리아콘텐츠협동조합'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의 모습이다.
▲'코리아콘텐츠협동조합'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의 모습이다.

정읍시에는 타지 청년과 지역 콘텐츠 사업을 진행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단체 ‘코리아콘텐츠협동조합’이 있다. 청년 마을기업인 ‘코리아콘텐츠협동조합’은 콘텐츠 제작자 양성과 카페 내 디저트 개발 등 지역 미디어 콘텐츠와 디저트를 결합해 관광형 청년 마을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월 타지 청년들과 5일 동안 정읍을 관광하며 진행하는 소개팅 콘텐츠를 제작했다. 오는 10월에는 크리에이터를 희망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로컬푸드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라이브 커머스를 이용해 지역 유튜버와 함께 지역 상품 판매 활동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유튜버로 활동하는 이지나(일산시·24세) 씨는 “기획·연출 모두 직접 맡아 주도적으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어 재미있었고 알찬 경험이었다”며 참여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여자인 박찬휘(광주시·23세) 씨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정읍만의 매력을 느껴 정읍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강현 코리아콘텐츠협동조합 대표는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청년들을 정읍에 정착시키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청년들이 지역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타지 청년과 지역을 연결해 좋은 콘텐츠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낭만농부' 참여자가 농업 활동을 하는 모습이다.
▲'낭만농부' 참여자가 농업 활동을 하는 모습이다.

무주군에서는 일상생활에 충전이 필요하거나 시골에서의 낭만을 꿈꿔본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 ‘낭만농부’가 진행 중이다. 민간단체 ‘산골낭만’이 진행하는 ‘낭만농부’는 지역 청년과 함께 지내며 무주군에서 청년이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찾아보는 지역탐색 프로그램이다. ‘낭만농부’는 △청년 농부 농업 활동 함께하기 △지역 청년 네트워킹 △무주 지역 명소 낭만지 탐색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본 프로그램은 지역 정착보다는 시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게 도와주며 시골 생활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준석(울산시·24세) 씨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무주에 호기심 삼아 지원하게 됐는데 도시와는 다르게 이웃 간의 친밀감이 높아 노후에 살아보고 싶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도시보다 일자리가 적은 지역에 이러한 프로그램조차 없다면 사실상 청년이 지역에 방문할 이유가 없다”며 “청년 프로그램 사업에 지자체 차원의 많은 지원과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주 인구로 청년 유입, 지역에서의 취· 창업이 핵심
현재 전북에서 진행되는 청년 프로그램은 정착보다는 일시적인 체험형에 가깝다. 신형진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을 지방에 유치하거나 새로운 첨단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지자체 자체만의 힘으로는 힘들며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일시적인 체험형 프로그램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신형진 교수는 체험형 청년 프로그램으로 청년들을 지방으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청년 프로그램이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지역 취· 창업 사업과 연계돼 청년이 지역에 발을 붙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달 살기’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 증감 여부는 지역 경제 성장, 저출산 문제와 직결된다. 조선업 불황 이후 계속해서 인구가 줄어든 거제시는 생활 인구 증가를 위해 거제에서 한달 살기, 시골마을 워케이션 농촌체험휴양마을 조성, 어촌체험휴양마을 조성사업을 통해 청년들이 정주 인구로 유입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조선업 경기가 불황을 겪으면서 많은 인력이 빠져나갔다”며 고용위기지역 신규 지정, 조선업 도약센터 개소 등 다방면으로 조선업을 지원하고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자리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이 결과 지역에 정착한 청년들의 숫자가 늘어난 성과를 거뒀다.

박순철 울산대학교 교수와 도수관 울산대학교 행정학전공 부교수는 『지역의 청년인구 유출요인에 관한 연구』에서 문화·여가, 교통,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보다는 청년의 취·창업 지원 및 거주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높은 주거 만족도는 취업에 성공한 청년에게 있어 타지역으로의 이탈을 방지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에 박순철 교수와 도수관 부교수는 청년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다현 기자 dhlee23@jbnu.ac.kr

저작권자 ©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