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 이야기 담은‘ 수궁가’ 함께 읽어요

심심풀이로 듣던 판소리, 책 출간으로 이어져
독자의 이해 돕기 위해 각주, 참고 자료 수록
아들의 조언과 딸 그림…가족 지원으로 책 탄생

 

특성화 캠퍼스에서 만난 안동춘(수의대·수의학) 교수는 이미 학생, 교직원 사이에서 ‘수궁가 교수’로 불리고 있었다. 지난 10월 30일 『알기 쉬운 동초제 수궁가』를 출판한 그는 판소리가 알기 쉽게 설명돼 재미있게 읽었다는 기자의 말에 “그러려고 책 썼다”며 환히 반겼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 안동춘 교수는 건국대에 재학 중이던 지인에게 친구들과 입시상담을 받았다. 전망 있는 학과를 뽑아 달라는 질문에 지인은 수의학과를 꼽았고 평소 동물을 좋아했던 그는 수의대에 진학했다.

안동춘 교수는 세부 전공으로 해부학을 공부했다. 평소 궁금한 것을 참고는 못 배기는 성격 또한 전공 선택에 영향을 줬다. “시골에서 자라다 보니 닭 잡고 돼지 잡는 일이 빈번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피 보고 도망갔는데 저는 뇌, 눈, 코, 치아, 내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궁금했던 거 있죠?”

졸업 후 안동춘 교수는 돼지농장에서 일했다. 그는 어렸을 적 소, 닭, 염소를 키워본 경험은 있지만 돼지는 키워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 돼지는 가장 취약점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그는 똥 치우는 것부터 새끼 받는 일까지 해냈다. “아이러니하죠. 대학원에 가고 싶었는데, 여기에서 일하면 대학원을 보내준다고 해서 농장으로 향했죠.” 이후 학업을 이어 나가 지난 2009년 우리 학교 수의대 교수로 임용됐다.

안동춘 교수는 특성화 캠퍼스로 향하는 출근길에 심심한 마음을 달래고자 판소리 테이프를 듣기 시작했다. 그가 판소리 테이프를 꺼낸 이유는 고창에서 나고 자라며 자연스럽게 소리를 접한데다, 당시 막연하게 품고 있던 판소리에 대한 동경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러다 우연히 판소리 취미반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안동춘 교수는 주저 없이 취미반 등록을 마쳤다. 판소리의 5대목 중 수궁가가 동물에 관한 노래이기에 그는 수궁가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판소리가 구전으로 전해지다 보니 종종 개연성 없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들은 안동춘 교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에 그는 『알기 쉬운 동초제 수궁가』를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 동초제 수궁가는 판소리 여러 유파 중 동초 김연수 명창이 만든 소리로 사설이 가장 길고 논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특징이다.

그가 책을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쉽게 쓰는 것과 장면을 개연성 있게 잇는 것이었다. 책에 수록된 각주와 책 뒤편 참고 자료의 양을 보면 그의 열정과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원작과 의역본을 함께 배치하라는 아들의 조언과 책 표지를 둘러싸는 딸의 그림, 아내가 지어준 제목이 합쳐져 비로소 안동춘 교수의 책이 완성됐다.

안동춘 교수는 끝으로 전대인에게 당부의 말을 건냈다.

“판소리가 어려워서 시작했고 배우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궁금증을 해소하고 소리 하는 사람과 배우려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책을 냈습니다. 불만족스러운 무엇인가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내 할 일을 찾은 순간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모두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박의진 기자 pjeen1009@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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