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영향 크고 정신질환 동반 가능성 높다

20대 환자 지난해 대비 4배가량 증가
매체 노출 많아지면서 병원 방문 늘어
빠른 자가 진단 후 전문가 상담 필요

▲ASRS 검사를 통해 ADHD 자가 검진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ASRS 검사를 통해 ADHD 자가 검진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4년간 우리나라에서 ADHD 환자 수가 급증했다. ADHD에 대한 인식과 치료 환경이 개선돼 ADHD의 진단 기준이 확대되고, 각종 매체에서 ADHD를 다루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박태원(의대·정신 과학) 교수는 “추가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빠르게 대처하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DHD 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정 잊고 실수 잦은 것, ADHD의 증상 중 하나
‘혹시 나도 성인 ADHD인가?’ 인문대에 재학 중인 ㄱ씨는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다루는 성인 ADHD 사례를 접하며 이를 의심해 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일정을 자주 잊어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소지품을 계속 잃어버려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이는 ㄴ씨도 마찬가지였다. 사범대에 재학 중인 ㄴ씨는 “수업 시간표를 착각하는 것도 ADHD 증상에 해당한다는 기사를 보고 흠칫했던 적이 있다”며 “최근 수업 시간을 혼동하거나 과제를 할 때 집중하지 못해 ADHD가 의심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것, 일정을 잊고 실수가 잦은 것, 작업의 순서와 계획 실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 모두 ADHD의 증상 중 하나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ADHD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7 년, ADHD 진료 인원이 5만 3056명에서 지난 2021년에는 10만 2322명으로, 총 4만 9266명(92.9%)이 급증했고, ADHD 진료 인원의 연평균 증가율은 17.8%로 나타났다.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환자도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DHD 증상으로 진단을 받은 30대 환자는 2018년 2325명에서 지난해 1만 6376명으로 7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 환자는 7610명에서 3만 3672명으로 4배가량 늘었다.

한편, 지난 7월 HIRA 빅데이터개방포털이 공개한 지역별 ADHD 진료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북 내 ADHD 환자 수는 7594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에는 907명이었던 환자 수가 2022년에는 2549명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아동기 때 적절한 치료 놓치면 성인 ADHD로
 ADHD는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Disorder의 영문 앞글자를 딴 진단명으로, 말 그대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뜻한다. ADHD는 뇌의 기능적 장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적 장애에 해당하며 주요 증상으로는 지속적인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 등 다양한 증상들을 꼽을 수 있다. ADHD는 보통 아동기에 발병하며 진단 기준은 미국 정신과 분류 체계인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 따라 분류된다. 6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ADHD 진단을 내린다.

최근 성인 ADHD 환자가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우리 학교 김성혜 행복드림센터 팀장은 “과거에는 ADHD가 어린이에게 집중돼 진단과 치료가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성인 ADHD에 대한 인식과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매체에서 성인 ADHD를 다루는 빈도가 높아져 ADHD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개선돼 보다 쉽게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답했다.

이연희 파나톡스통합 전주센터 센터장은 성인 ADHD 발병에 관해 “12세 이전 부터 증상을 보였으나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인 ADHD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연희 센터장은 “최근 주의 집중력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적 문제를 발병 원인으로 보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후천적인 영향보다는 유전적 영향, 즉 선천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 ADHD 증상과 아동 ADHD 증상은 대부분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성인 ADHD는 과잉 활동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집중력 부족, 일정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등 주의력 결핍 증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행동 문제, 학습 문제, 정서 문제 등이 동반되는 아동 ADHD와는 달리 성인 ADHD는 불안 장애, 우울 장애, 중독 문제 등을 동반한다.

▲자가 검진 후 전문가 진단 거쳐야
성인 ADHD를 겪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다른 장점이 많음에도 학업이나 직장에서 반복적으로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박태원 교수는 “치료 시기를 놓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학교 및 직장 생활 적응의 어려움, 대인 관계나 건강 혹은 재정 관리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ADHD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알코올, 도박, 게임과 같은 위험한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이유로 성인 ADHD를 겪는 사람들은 흔히 우울증과 같은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할 위험성이 크다. 박태원 교수는 ADHD 치료 시기를 놓쳐 예후가 나빠지는 것을 경고하며 스스로 ADHD 증상을 파악해 추가적인 질병 및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와 상담하며 대처해 나갈 것을 권했다.

김성혜 행복드림센터 팀장은 자가 검진을 할 수 있는 성인 ADHD의 주요 증상 5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증상은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ADHD 환자들은 자존감이 낮고 예민한 편이라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감 정 기복이 심하다. 두 번째 증상은 집중력 문제다. 스마트폰이나 TV, 책 등에 지나치게 몰입하다가 시간 개념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세 번째 증상은 충동성과 무례한 행동이다. ADHD 환자들은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으며, 때로는 대화에 끼어들거나 돌발적인 행동을 취하기도 한다. 네 번째 증상은 산만함이다. ADHD 환자는 여러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하다가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계획성이 부족한 점을 꼽았다. 일관성 있는 일을 하거나 주변을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지각하는 때도 많다. 김성혜 팀장은 “아동 ADHD는 상대적으로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성인 ADHD의 증상은 다양하고 복잡해 진단이 어렵다”며 “전문가의 평가와 면밀한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원 교수는 주요 증상 체크와 더불어 성인 ADHD 자가 보도 척도인 ASRS가 ADHD 자가 검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DHD는 특별히 집중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일상의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진단”이라며 “우리 사회가 ADHD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ADHD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시현 기자 shshsy0318@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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