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람 | 교수 (글융대·국제인문사회)
신보람 | 교수 (글융대·국제인문사회)

붉은 줄 두 개가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생각했다. 아, 드디어 내게도 왔구나. 전 세계를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바로 그것. 2년 남짓 내 주변 모든 사람을 한 번쯤 연락 두절 되게 만들었던 바로 그것. 그래, 바로 코로나-19다. 하루 1천 명 가까이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던 코로나 피크 시절에도 비켜갔던 코로나가 내게도 찾아온 것이다.

우선 양성이 확실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PCR 검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웬걸, 선별진료소는 더 이상 운영되지 않았고, 나는 65세 고령도, 12세 미만의 영유아도, 기저질환자도 아니어서 보건소에서 검사받을 수 없었다. 동네 병원에 가보라는 데, PCR 검사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미리 전화로 알아봐야 했다. 그리고 5일간 자가격리를 권고받았는데, 전문 의료기관에서 확진을 받아야만 격리 기간 동안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단다. 이쯤 되면 조금 서럽다.

코로나는 더 이상 정체불명의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아닌 독감과 비슷한 수준의 유행병으로 우리 곁에 남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시대는 인류에게 너무나도 많은 과제와 교훈을 안겨줬다. 국제사회는 화합보다는 분열의 양상을 보였다. 백신 부족과 선진국의 자국민 우선주의로 인해 특히 의료 체제가 취약한 개발도 상국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경이 봉쇄되고 세계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서, 탈세계화의 바람 또한 불기 시작했다. 산업이 멈추자, 역설적으로 자연은 되살아났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록다운 시기 CO2 배출량이 평균 8%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우리 개개인에게도 다양한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비대면 수업과 배달애플리케이션이 익숙할 정도로 디지털 역량이 강화됐다. 디지털 역량과는 반비례하게, 자가격리에서 오는 고독과 무료함을 경험한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온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일인지 깨달았을 것이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는 탓일까? 오늘날 우리는 코로나가 남긴 교훈을 얼마나 곱씹고 있을까? 코로나는 분명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기로 우리에게 왔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더 생태적이며, 지속 가능하고, 포괄적인 사회에 대한 고민의 기회를 던져줬다. 어찌 보면 우리 생애 가장 큰 사건일지도 모르는 코로나가 남긴 교훈을 우리는 어느새 잊고 있지 않았을까? 나만 해도 마스크 착용이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교훈을 이제야 상기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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