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UDT 장교셨던 아버지처럼 UDT 복무의 꿈을 품게 됐는데 체력 평가에 수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영을 시작한 지 어느새 약 8개월이 지났고 수영은 언젠가부터 내 인생의 일부분이 됐다.

새벽 수영 강습의 첫 수업 날이었다. 수질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수영장을 들어가기 전 꼼꼼한 목욕은 필수다. 수영장 입장이 처음이었던 난 목욕 도구를 챙기지 못했다. 기본 매너도 숙지하지 않은 미숙함, 이것이 수영에 대한 첫 기록이다.

지난 5월 17일은 내게 큰 의미가 있는 날이다. 5월부터 자유형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이날 처음 맨몸으로 수영할 수 있게 됐다. 물 안에서 느낀 자유로움이 무척 신기했고 그 후로 나는 매일 수영했다. 수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이 되자 수영에 권태기가 찾아왔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내 유일한 친구는 수영뿐이었는데 6월을 넘어서면서 친구들이 많이 생겼고 수영보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수영은 점점 멀어져갔다. 강습을 위해 일찍 일어나던 습관은 어느새 사라지고 우연히 일찍 일어나면 강습을 가는 정도로만 수영했다. 수영 실력은 다시 제자리에 머물게 됐다.

종강하고 수영과 더욱 멀어졌다. 본가에 있는 수영장은 셔틀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 도착하는 거리에 있다. 셔틀버스는 1시간마다 배차돼, 수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나와 수영은 점점 멀어지는 듯 싶었다.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수영 실력에 지쳐가던 7월 무렵, 50m도 못 가는 수영 실력과 호흡도 못 잡는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짜증은 점점 오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무작정 100m에 도전했다. 마침 앞에 수영하시는 할머니가 있어 아무 생각 없이 앞에 계신 할머니를 따라갔다. 생각지도 않게 100m 수영 성공 그리고 희열.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다시금 나와 수영을 가깝게 만들었다.

수영과의 밀고 당기기는 그 후로도 계속됐다. 수영과 사이가 가장 나빴던 10월, 650m 수영에 성공했던 11월. 권태기는 반복됐지만 매일 30분 수영은 잊지 않았다.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내 수영 일지는 단순 체력 기르기에 집중한 내용이 아니다. 수영을 통해 나는 인간의 꾸준함이 있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목표치 그 이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체감하게 됐다. 앞으로도 모두가 자신의 ‘꾸준함’을 믿고 계속 나아가는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치헌 | 프랑스아프리카·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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