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외국에 관심이 많았다. 단순한 환상은 아니었다. 여러 나라 중 내가 처음 관심을 둔 국가는 러시아였다.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일본과 인접해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대해서 교류도 많고 아는 것도 많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러시아는 아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러시아가 어떤 나라인지 궁금했고 이를 더 알아봤다. 특히 알파벳의 생김새가 매우 특이해 내 흥미를 자극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언어만 익히기보다 그들의 삶을 최대한 접하며 공부하고자 했다. 언어는 기존에 배우던 중국어보다 어려웠다. 작심삼일이 아니라 꾸준히 공부했고 러시아의 주거 환경, 동서로 긴 영토와 같은 지역 특색과 경제적 차이, 전반적인 학교 시스템을 알게 됐다. 러시아를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에도 관심이 갔다. 이 경험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바로 무역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에 직접 가서 내가 배운 것을 느끼고 싶었다. 상당 기간 돈을 저축해 만 17세의 나이로 혼자 모스크바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 하루하루에 대한 정보를 직접 찾고 일정을 짰다. 누가 만들어 놓은 편안한 방법보다 스스로 개척하고자 했다. 그리고 1월,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그곳의 첫인상은 놀랍도록 매서운 날씨였다. 겨울에 맞게 길을 걷는 사람은 대부분 비니를 쓰고 방한화와 따뜻한 장갑도 착용하고 있었다. 추위에 당황한 것도 잠시, 내가 보고자 했던 붉은 광장, 바실리 성당, 고리키 공원 등 앞서 경험하지 못한 동유럽의 건축양식이 눈을 사로잡았다.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지하철에도 매료됐다. 특히 영상으로 봤던 현지 음식을 실제로 먹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렇게 나는 러시아라는 나라에 더욱 빠졌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나 역시 무척 실망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국가 모두 좋아하기에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갔다. 전쟁이 이른 시일 내로 끝나길 빈다. 내가 좋아하는 국가인 만큼 올바른 길로 갔으면 좋겠다. 타인에게 러시아는 그저 부정적으로 떠오르는 나라, 추운 나라, 곰과 보드카의 나라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러시아란 방황하던 나에게 길을 알려주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려준 나라다.

남시우 | 무역·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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