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식 | 전라일보 사진기자(독일·17)
장경식 | 전라일보 사진기자(독일·17)

 

“쟤 I라서 그래 넌 E라서 그래 됐고 그냥 V나 하자” 인기 걸그룹 ‘아이브’의 노래 ‘Either Way’ 가사 일부다.

여기서 알파벳 I와 E 는 성격 검사 중 하나인 MBTI에 사용 되는 분류표시다. MBTI는 4가지 분야에 쌍을 이루는 알파벳인 I(내향)-E(외향), S(감각)-N(직관), T(사고)-F(감정), J(판 단)-P(인식)로 이뤄진다. 각 분야 당 알파벳 하나씩을 골라 4글자를 완성해 총 16가지의 유형으로 성격을 나타낸다. 즉 가사는 “쟤는 내향적이라서 그래, 너는 외향적이라서 그래, 됐고 그냥 우리 모두 V 포즈나 하자”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남들이 너(청중)를 MBTI 등으로 평가하고 정의 내려도 괘념치 말고 즐겁게 V 포즈 를 보여주자는 뜻이다.

MBTI는 유명 가수의 가사에 나올 만큼 ‘MZ’ 세대를 기반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유행과 동시에 하나의 표현 방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예를 들어 “나는 I라서 모르는 사람이랑 대화하기 힘들어”, “나는 T라서 이 영화가 감동적이지 않나 봐”처럼 말이다. 또한 처음 만난 사이에 MBTI를 물으며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심지어 기업 채용 시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MBTI를 물어본다는 뉴스가 올라오기도 한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의 ‘스펙보다 ‘MBTI’…논란에도 3 조 시장 육박’ 기사에서도 “최근 신규 채용에 MBTI와 같은 성격 테스트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성격 유형 검사 시 장 규모가 20억 달러(약 2조 6000억원)로 커졌으며, 매년 전 세계 근로자 1억 명이 이런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기업도 믿는 MBTI, 과연 정확할까. MBTI는 지난 1944년 작가인 엄마 ‘브릭스’와 딸 ‘마이어스’가 카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을 기반으로 고안해 낸 것으로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적합한 직무를 찾기 위해 개발됐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그 정확성을 위해 다듬어져 왔으나 여전히 학계에선 개발자인 브릭스 모녀의 심리학 전문성, 또한 일관성과 정확성의 한계가 있다고 비판해 왔다. 물론 심심풀이나 간단한 자기표현 용도론 괜찮지만, 기업 채용 등 신중히 사람을 판단해야 할 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짜 MBTI 검사가 판을 치기도 했다. 한 유명 MBTI 약식 검사 사이트에 대해 MBTI 테스트의 한국어판 출판권을 보유한 ㈜어세스타는 “인터넷상 의 테스트는 MBTI 테스트라 볼 수 없다. MBTI 테스트와 유사한 문항과 기존 테스트의 결괏값을 섞어서 만든 유사 테스트”라며 가짜 MBTI 검사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MBTI는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인간을 판단하기 위한 척도라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미 우리 삶 속에 녹아든 MBTI와 ‘아름다운 거리’를 지키자고 말한다. 연인이나 상사와의 MBTI 궁합 등을 찾아 맹신하며 자신과 타인을 재단하지 말고, 재미로 가볍고 유쾌하게 사용하자는 것이다. I면 어떻고 E면 어떤가, 알파벳 4글자에 얽매이기엔 우리는 변화무쌍한 자아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 들이다.

장경식 | 전라일보 사진기자(독일·23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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