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향, 색, 온도, 저에게는 치유입니다

서산 치킨집과 전주 오가며 대학·대학원 수료
원데이클래스, 정규반 운영 및 개인전 개최
“투박한 나무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 큰 행복”

 

“치킨집을 10년 했죠. 그래도 목공의 꿈은 절대 놓지 않았어요.” 꿈을 안고 가구조형디자인전공에 진학했으나, 학교생활 내내 학업과 치킨집을 병행한 목수가 있다. 1인 목공방 우드유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최유진(미술·석사과정) 대표를 만나봤다.

무작정 시작한 미술 전공. 최유진 대표는 전주예고에 진학하려 했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국전통문화고등학교(이하 전통고) 입시를 준비했다. 그렇게 입학한 전통고 공예디자인과에서 귀금속, 목공, 한지 등 여러 수업을 듣게 됐다. 그는 목공 수업을 듣던 때를 회상하며 “망치질 한 번에 나무가 쪼개지던 그 쾌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인생에 목공이 들어온 순간이었다.

익산에서 태어난 그는 목공을 세부전공으로 하고 싶어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 학교 미술학과 가구조형디자인전공을 목표로 잡았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가지고 있는 온도, 향기, 색이 좋아서 목공을 택했다는 그. 대학교에 진학해 좋아하는 것을 배우게 돼 하루하루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집안사정이 갑자기 어려워진 탓에 휴학하고 연고도 없는 충남 서산에서 치킨집을 하게 됐다.

“정말 생뚱맞게 휴학한 2년 동안 치킨 튀기다가 복학하고, 그 이후에도 평일에는 학교 다니고 주말에는 치킨집에 가서 일했어요.” 서산과 전주를 오가는 생활은 대학원까지 이어졌다. 최 대표는 대학원을 다니면서 일주일 내내 일하다가 쉬는 단 하루, 전통고 목공 수업에 출강했다. 그가 목공이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바로 그 수업이었다.

4년 전, 최 대표가 치킨을 튀길 때부터 막연히 가지고 있었던 꿈인 ‘나만의 공방 차리기’를 실현했다. 그는 “20대 때 모아놨던 나의 청춘으로 공방을 차리게 됐다”며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추진시켜 버렸다”고 설명했다. 혼자 힘으로 옮기기 어려운 나무를 이고 끄는가 하면 크고 작은 어려움도 끊이지 않았다.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최유진 대표는 “20대에 더 힘든 경험을 해서 괜찮았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공방에서 도마와 쟁반, 스마트워치 충전 거치대를 만드는 원데이클래스와 직접 가구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정규반을 운영 중이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개인전도 진행했다. 이제는 전통 짜임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절제와 덜어냄의 미학을 실현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투박하던 나무가 제 손을 거쳐 근사하고 필요한 가구로 완성된다는 점은 정말 가슴 벅찬 일이에요. 제가 나무를 들지 못할 때까지, 죽기 전까지 작업하고 싶어요!”

백수아 기자 qortndk0203@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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