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격차 줄이기 위해 사용하기 쉬운 화면 조성 필요

인건비 부담과 비대면 선호 현상으로 대중화
작은 글씨,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진입장벽↑
교육, 인식 개선 통해 디지털 이해력 높여야

▲ 패스푸드점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모습이다.
▲ 패스푸드점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주문하는 모습이다.

“띵동! 주문이 완료됐습니다.” 기계가 사람을 맞이하고 결제까지 담당하는 현대사회를 많은 이들은 ‘디지털 시대’라 부른다. 무인 단말기(이하 키오스크)는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과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방식이 증가하며 확대됐다. 편리함을 위한 키오스크의 이면에는 고용 둔화, 그림자 노동 증가 등의 문제가 야기됐으며 그중 디지털 격차 심화로 고령 소비자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배움터와 같은 교육을 시행해 키오스크를 고령층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환경을 조성하고 고령층 디지털 교육을 통해 격차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편리함을 위해 도입된 키오스크, “어려워요”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했는데 작동법을 몰라서 난감했어요. 배운 적도 없고 만져본 적도 없어 결국 젊은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했어요.” 난생처음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접했던 김정숙(전주시·72) 씨는 키오스크 사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키오스크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무인 단말기다. 음식을 주문하거나 위치정보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키오스크 기계는 대화형 키오스크로 흔히들 대화형을 생략해 키오스크라고 부른다. 여기서 대화형 키오스크가 의미하는 바는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키오스크를 의미한다. 지난 2012년 키오스크는 처음 도입됐으나 키오스크가 급증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인건비 부담과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방식의 증가다. 지난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설문조사에 따르면 팬데믹을 지나며 증가한 키오스크의 수는 약 45만 대에 가까울 정도다.

키오스크가 증가함에 따라 단점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한하민(고고문화인류·23) 씨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을 기다리고 있 는데 앞에서 주문하시던 어르신이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도움을 준 경험을 말했다. 지난 2022년 서울디지털재단에서 실시한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노인층이 키오스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용법을 모른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뒷사람의 눈치가 보인다’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발전하는 기술과 벌어지는 ‘디지털 격차’
계속해서 키오스크는 증가하는 추세며 디지털 격차 또한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격차는 디지털이 보편화되는 시점에 디지털을 이용하는 사람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디지털 문해력 차이로 발생한다. 이상민 과학기술정보 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 정보통신정책관 디지털포용팀 사무관은 “전체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향상되고 있지만,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 비해 교육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점차 디지털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순임(전주시·79) 씨는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버거·세트·디저트 등 메뉴 분류 체계가 익숙하지 않아 주문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버스터미널 키오스크에서는 도착 지역 찾는 페이지의 글자 크기가 작아 결국 예매를 완료하지 못하고 사람이 발매해 주는 창구로 발걸음을 돌렸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키오스크 옆에서 전담 직원이 상주하는 매장은 30곳 중 7곳이었고, 눈에 띄는 버튼과 큰 글씨를 제공하는 등 노인층을 배려한 화면을 제공하는 곳은 1곳도 없었다.

키오스크 자체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노인 층도 많았다. 지난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한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 결과,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접근 수준이 다른 계층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이들은 외래어 등 익숙하지 않은 용어, 검색·조작 방식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시스템 개선과 지속적인 역량 교육 필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키오스크 시스템 보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5일 국립국어원에서 발표한 ‘키오스크 쉬운 언어 모형 개발’에 따르면 카페·식당·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키오스크에 쉬운 용어를 적용했다. 예를 들어 스테이크 굽기 정도인 레어(rare), 미디움(medium), 웰던(well done)처럼 영어로 된 표기를 살짝 익히기, 적당히 익히기, 바싹 익히기로 변경했다. 또한, 재료나 조리법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덧붙이거나 사진을 이용해 메뉴를 설명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더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진흥정보사회진흥원에서는 지난해부터 누구나 쉽게 키오스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키오스크 UI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누구나 키오스크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화면 개선을 지원한다.

물리적인 시스템 개선뿐만 아니라 노인층을 위한 디지털 역량 교육도 필요하다. 노인 특화 도서관인 익산시립모현도서관은 디지털 문해력 교육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60세 이상 지역 노인층을 대상으로 ‘60+ 나도 청춘이다, 스마트폰·키오스크 활용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에서는 키오스크를 접해보지 못했거나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키오스크 연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키오스크 사용법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론 수업 후에는 도서관 앞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직접 등본을 발급하는 실습과 지도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찾아가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 및 결제를 해보는 교육을 진행했다. 이상민 디지털포용팀 사무관은 “사회가 디지털 화되면서 역량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해졌다” 며 “디지털 배움터, 노인복지관 등 기초 디지털 교육을 하는 기관이 이러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신열(사회대·사회복지) 교수도 “키오스크 와 공생을 위해 디지털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지원을 통해 노인층의 디지털 접근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 동감했다. 또한, 인식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이미 키오스크에 적응했기에 새로 접해보는 키오스크에도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노인층은 달라 이들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오스크 이용 시간이 오래 걸려도 짜증보다는 이해의 폭을 넓혀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노인층과 정부만이 아닌 여러 연령층의 노력으로 키오스크와 공생할 수 있음을 당부했다.

송주현 기자 202318983@j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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