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상관 관계 없다, 낙인화 매우 위험

범죄 원인으로 언론이 무분별하게 띄운 은둔 성향
전문가, “접촉 자체 피하는 특성, 공격 가능성 희박”
이상동기 범죄 관련 통계 분석 등 자료 마련이 먼저

▲은둔형 외톨이는 집안에만 칩거한 채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은둔형 외톨이는 집안에만 칩거한 채 사회적 접촉을 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최근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또는 이상동기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범죄가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장소에서 발생하다 보니, 누구나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사람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여론은 ‘묻지마 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은둔형 외톨이’를 꼽는다. 하지만 김서현(사회대·사회복지) 교수는 범죄의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기 전에 편견으로 그들을 낙인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은둔형 외톨이
지난 5월 26일 부산광역시에서 23세 여성이 과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 7월 21일에는 신림역 4번 출구 근처 골목에서 30대 남성이 칼부림을 일으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끔찍한 소식은 며칠 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8월 17일 역시 30대 남성이 신림동 관악산 생태공원에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성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최근 연달아 발생한 살해 및 흉기 난동 사건 가해자들 대부분이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띠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은 23세 여성은 평소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들과도 교류를 맺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림역 인근에서 흉기 난동을 저지른 30대 남성은 전과 때문에 취업이 어려워지자, 술에 의존하며 홀로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낮 공원에서 여성을 성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도 우울증 치료를 거부한 채 게임에 빠져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위 사건의 범죄자들은 가정으로부터 지지 받지 못함, 비행전력 및 사회적 기술 부족, 정신질환 등으로 은둔의 성향을 갖게 됐다. 언론은 다양한 범죄의 원인 중 은둔의 특성만을 강조해 집중 보도했다. 대중은 이러한 영향으로 은둔 성향을 가진 이들을 위험한 부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와 묻지마 범죄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 관계가 없다”고 입을 모으며 “언론이 다양한 원인 중 은둔 성향에 집중한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접촉 자체를 피해 범죄 가능성 낮아
김서현(사회대·사회복지) 교수는 “면밀한 조사가 더 필요하지만, 단순히 은둔형 외톨이를 잠재적 범죄자로 이미지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전 교수 역시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상 공격성이 거의 없을뿐더러 오히려 사람과의 접촉 자체를 피하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강혜자(사회대·심리) 교수도 수치로 따져봤을 때, 은둔형 외톨이 중 비범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묻지마 범죄 특성상 비면식 관계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범죄 동기가 일반적으로 쉽게 이해되지 않아, 해당 범죄 가해자에게 사회적 이목이 크게 쏠렸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홍승표 전주대 경찰학과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적 성격을 지닌 사람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힘들 수 있다”며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불합리한 처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성격적인 측면과 사회적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묻지마 범죄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승표 교수는 범죄 이론 중 ‘사회유대이론’을 언급했다. 이는 범죄 행위로 유대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멀어지거나 이들과의 관계가 단절될 것이 두려워 범죄를 억제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유대가 단절되고 고립돼 사회적 불만이 가중되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실제 은둔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범죄성이 낮으므로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동기 범죄 자료가 먼저 마련 돼야
사회는 이상동기 범죄의 여러 원인 중 은둔형 외톨이라는 현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는 여러 원인 가운데 많은 언론이 은둔형 외톨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다 보니 발생한 현상이다. 하지만 실제 은둔 성향을 가진 이들의 범죄율은 매우 낮다. 배상훈 교수는 “해당 문제를 단순화 시켜서는 안 된다”며 “엄밀히 따져 은둔형 외톨이라는 표현은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동기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관련 자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존하는 자료는 대부분이 정확한 통계 분석 자료가 아닌 소수 사례를 분석한 자료이므로, 이를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더욱 조심스럽고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생한 신림동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재범 예방 방지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배상훈 교수와 김서현 교수, 강혜자 교수 모두 은둔형 외톨이 증가를 막는 것으로 이상동기 범죄 전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은둔형 외톨이의 증가를 막는 것이 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승표 교수는 “이러한 방법이 은둔형 외톨이가 저지르는 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할 수는 있지만 이상동기 범죄자 전체가 은둔형 외톨이인 것은 아니므로 모든 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다현 기자 dhlee23@jbnu.ac.kr
이예령 기자 2.to0@jbnu.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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